존폐 위기 맞은 하남 성광학교..."장애 학생들 학습권 지켜주세요"
상태바
존폐 위기 맞은 하남 성광학교..."장애 학생들 학습권 지켜주세요"
  • 장민호 기자  mino@joongang.tv
  • 승인 2020.03.11 03: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기 신도시 개발로 이전 잠정 결정, 학교 측 "이전할 여력 없다"
예산 확보돼 이전해도 교육 공백·교직원 생존권 상실 불가피
김경학 교장(우)은 "성광학교가 이전하게 되면 130여 명의 재학생들이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며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양태진 행정실장(좌)도 "장애 학생들의 학습 권리가 침해당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장민호 기자)
김경학 교장(우)은 "성광학교가 이전하게 되면 130여 명의 재학생들이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며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양태진 행정실장(좌)도 "장애 학생들의 학습 권리가 침해당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장민호 기자)

| 중앙신문=장민호 기자 | 하남 성광학교는 경기 동부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장애인 교육기관이다. 현재 하남시 유일의 특수학교로 130여 명의 장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12월 정부가 하남 교산지구를 3기 신도시 개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택지 개발이 진행될 경우 일반 초중고등학교는 의무 설치할 기준이 있지만, 특수학교는 그런 기준이 없어 이전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된 것이다.

문제는 성광학교는 비영리로 운영되는 무상교육기관이라 이전할 수 있을 만큼의 예산이 없다는 데 있다. 김경학 교장은 "신도시 내 대토를 하더라도 2배 값은 더 치러야 하는데, 사립학교가 그만큼의 돈을 마련하긴 힘들다"면서 "보상금을 받아도 건축비는 고사하고 토지 구입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사립 학교다 보니 국가가 이전 비용을 지원해주지도 않는다. 공시지가 기준의 토지 보상비와 감가상각된 건물보상비만으로 이전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게 김 교장의 설명이다.

설령 이전 비용을 어떻게든 마련한다고 해도, 주민 반대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어 하남시 안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교장은 "통상적으로 특수학교 이전엔 반대가 많기 때문에 5년에서 10년,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면서 "상황이 이런데 어디에서 우리를 맞아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공립특수학교인 서진학교는 2013년 11월 설립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가 극심해 일정이 계속 연기된 바 있다. 결국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가며 호소한 끝에 6년여가 지난 올해가 돼서야 겨우 개교할 수 있게 됐다.

예산이 확보되고, 이전 부지가 정해진다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새 건물을 지을 때까지 수년 동안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특수학교들은 정원 수가 정해져 있어 쉽게 전학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130여 명에 달하는 성광학교 학생들은 학교가 완공되거나 다른 학교에 자리가 날 때까지 학습권을 박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태진 행정실장은 "경제적 문제를 떠나 장애 학생들의 학습 권리가 침해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개발 논리에 의해 장애인 교육은 짓밟혀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신도시 계획 발표 후 학습환경 악화 우려 등으로 성광학교 신입생 수는 점차 줄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보조금도 줄어들고 학생 수에 맞춰 직원 수도 감축해야 한다. 결국 교직원의 생존권까지 침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일이 잘 풀려서 학교를 존치하기로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LH의 교산 신도시 토지이용계획안에 따르면, 성광학교가 위치한 지역엔 대규모 자족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 등을 견뎌야 한다. 가뜩이나 면역력 약한 어린 학생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개발이 끝나면 학생들은 더이상 지금과 같이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없게 된다.

성광학교가 이전하지 않게 되더라도, 학생등은 주변 개발로 인한 소음과 분진 등을 견뎌야 한다. 또한, 개발이 끝난 뒤엔 지금과 같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없게 된다. (사진=장민호 기자)
성광학교가 이전하지 않게 되더라도, 학생들은 앞으로 수년간 주변 개발로 인한 소음과 분진 등을 견뎌야 한다. 또한, 개발이 끝난 뒤엔 지금과 같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없게 된다. (사진=장민호 기자)

한편, 성광학교 존치 여부는 올해 하반기쯤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H는 사업계획 수립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몇 차례 수정을 거쳐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확정안이 나올텐데, 하반기쯤엔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학교 측은 예상하고 있다.

김 교장은 "성광학교는 지난 35년간 수많은 장애우들의 보금자리가 돼왔던 곳"이라며 "학교가 이전하게 되면 현재 재학 중인 130여 명의 재학생들은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아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배움의 터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양 실장도 "학교를 옮기게 되면 학생과 교직원 모두 너무나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부디 원만하게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양평 대표축제 '제14회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 개막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