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시나리오 쓰다가 범죄에 빠진 영화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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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시나리오 쓰다가 범죄에 빠진 영화제작자
  • 김동엽 기자  seakongs@hanmail.net
  • 승인 2018.11.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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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김동엽 기자 | 취재하다 영화제작 자금 모으려
유령법인 설립 4명 구속·14명 입건

국내서 135명 10억원 사기피해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영화 시나리오를 쓰려고 중국 조직원들을 취재하다가 범죄에 가담한 영화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강모(44·영화사 대표)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모(3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유령법인 명의를 제공한 채모(57)씨 등 12명을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사업자 33개를 개설, 대포폰 860여개를 개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하고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국내 개봉해 40만 관객을 모으기도 한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대표로, 2012년부터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중국 보이스피싱 7개 조직의 조직원들을 만나 취재해왔다. 시나리오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조직을 역추적해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2016년 한 조직원으로부터 “콜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자 영화제작 자금을 모으기 위해 범행을 시작했다.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시나리오 취재를 하다보니 이게 돈이 되겠다 싶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영화사 직원 이모(35·구속)씨, 유사 범죄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박씨를 영입한 강씨는 ‘070’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 “대출해주겠다”며 유령법인 명의자를 모집한 뒤 법인을 설립해 전화기를 개통했다. 대출을 받을 줄 알고 개인정보를 넘겨준 채씨 등 12명은 정작 대출은 받지 못하고, 형사처벌은 물론 배상책임까지 질 처지에 놓였다.

강씨 등은 국내에서 ‘070’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보다 ‘1577’나 ‘1566’로 시작하는 이른바 8자리 전화, ‘전국대표번호’가 좀 더 신뢰성 있다는 판단에서 발신 번호 변경까지 했다. 이들은 ‘070’번호 5개로 발신할 때 수신자에게는 8자리 대표번호 1개가 찍히도록 세트로 묶어 중국 조직에 공급하고, 세트당 300만원씩 총 10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135명이 10억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올해 초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중 특정 번호가 유령법인 명의로 개설된 사실에 착안, 범행의 패턴을 발견해 강씨 일당을 일망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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