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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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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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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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여름밤, 밝은 전등불 아래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지고 나는 TV중계방송으로 게임을 음미하며 감독도 되고 선수가 되어 야구를 즐긴다. 수없이 많은 운동경기 종목 중에 나는 야구를 제일 좋아 한다.

1958년 봄, 서울 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재일동포 고교선발 야구팀과 경동고와 친선경기가 벌어졌는데, 야구광인 선배와 그 경기를 본 게 야구에 빠져든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도 야구라면 밥보다 더 좋아 한다. 이듬해 야구장이 새로 건설되고 미국 비엔나 파크 올스타 팀이 내한하여 경동중학과 친선경기를 가졌는데 경품으로 내 건 상품 중 광목 한필이 당첨되어 어머니께 드린 적이 있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규칙이 다양하고 기록도 여러 가지여서 복잡한 운동이지만 한번 알고 나면 누구나 빠져들게 돼 있다.

야구는 선(방망이)이 면(스트라이크존)에서 점(공)을 만나 공간(야구장)에 떨어뜨리는 경기이다. 기회가 균등하고(9회까지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니), 과정이 공정하다. 투수는 공을 못 맞추게 던지고 타자는 어떠한 공도 때릴 수 있게 연습한다. 0.5초만에 18.44m를 날아오는 볼을 장 밖으로 넘기는 홈런의 통쾌함도 좋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푸른 잔디밭에 떨어지는 안타를 보는 재미, 그게 야구다.

내가 고교시절에 경동고는 미 8군 야구팀이 연습상대로 택할 정도로 야구명문이고 강팀이었다. 일본의 초청을 받아 원정을 가서 일본고교 선발팀과 일본 최강팀을 이긴 것은 당시에 큰 사건이었고 후에 백인천을 세계적 대 스타로 키운 계기가 되었다. 나의 고교시절 경동고는 별로 진적이 없었다. 우리들은 주요한 게임에서 이기는 다음날,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혼자만 아는 양, 자기가 선수인양 무용담을 늘어놓았고 우리는 맞장구를 치며 쉬는 시간에 야구 꽃을 피웠었다.

야구는 선수나 관중이 지루하지 않다. 신사적이다. 지고 있을 때 투수가 얄미운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위협하는 수도 있지만 이것도 야구의 일부분이다. 야구는 전문가, 선수, 구경꾼 할 것 없이 수준이야 어찌됐든 모두 책을 쓸 만큼 야구 이야기, 야구철학이 있다.

야구는 인생, 수학, 과학, 게임의 법칙, 정신력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놀라운 투혼을 펼치는 베테랑선수들의 이야기는 늘 감동을 가져다준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 식. 주가 있다면 야구에는 공. 수. 주가 있다. 때리고 막고 달리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게임이 된다. 그래서 야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가 보다. 야구는 이길 때 성취감도 좋지만, 질 때는 다음을 기약하는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준다.

야구에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도둑질이 있다. 바로 스틸이다. 투수와 선수들의 눈을 속이고 다음 베이스로 달려간다. 도둑질이지만 모두 환호한다. 그래서 그 이름도 도루(盜壘)이다. 다른 종목에 없는 야구만의 재미다.

모든 구기 종목은 공을 넣거나(축구, 농구, 하키 등) 떨어뜨리거나(배구, 테니스, 탁구 등) 공에 의해 점수가 나고 결판이 나지만 야구는 사람(선수)이 홈에 들어 와야 점수가 되니 사람중심의 스포츠요, 다른 종목과 확연히 다르다.

야구선수 중에는 안경잡이도 많고 뚱보도 여럿 있다. 그들이 야구는 더 잘한다. 다른 구기 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기록도 다른 종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여러 가지여서 기록만 훑어보면 그 팀의 수준을 가늠 할 수 있으니 무척 과학적이다.

30 여 년 전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하였을 때 백인천은 MBC청룡(현LG) 감독 겸 선수였다. 고교졸업 다음 해 일본 프로야구에 스카웃 되어 선수생활을 하다가 금의환향하여 큰 활약을 하였는데, 이재환, 이용숙, 오춘삼, 주성현등과 함께 모교의 명예를 드높인 야구의 달인이었다. 그의 한국프로야구 첫해 타율은 0.412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 1941, 미국 테드 윌리엄스 선수가 기록한 0.406이 미국의 기록이고 일본은 아예 4할 선수가 없다. 이치로가 타격의 귀재이지만 아직 4할을 친 적은 없다. 지금도 선후배를 만나 졸업기수를 가릴 때는 백인천동기라고 말한다. 선동열, 박찬호, 이승엽, 유현진, 이대호, 추신수등 훌륭한 선수들이 미국, 일본에서 큰 활약을 하지만 한국야구 발전의 시작점은 백인천이고 효시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백인천이 야구 중독자라고 하였는데 그 같은 중독자가 자꾸 나와서 한국야구가 눈부시게 발전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는 미국, 일본, 쿠바를 차례로 꺾고 8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야구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통쾌한가.

축구, 배구, 농구는 몇 명만 잘하면 되지만 야구는 모든 선수가 골고루 잘해야 된다. 모든 경기가 그렇지만 특히 야구에서 팀웍이 중요한 이유이다.

케네디스코어는 야구 점수가 8:7일 때 가장 재미있다고 미국대통령 케네디가 얘기해서 생겨난 말인데, 내 생각은 다르다. 케네디스코어는 너무 타격전이어서 좀 그렇고 타격전과 투수전이 어우러진 점수, 역전을 하든, 쫓기던 5:4정도가 재미있다. 독자도 동의 할 것이다. 송년섭 스코어로 명명할까 보다.

올해도 프로야구는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LG팬이다. 응원하는 팀이 근 20년 만에 수위를 다투니 신이난다.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우리 고교시절 경동고 야구팀, LG야구팀처럼 활력이 넘치면 좋겠다. 경동고 야구의 부활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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