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중앙신문 |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1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4월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증가했다. 5월 증가 폭은 5조2000억원으로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 담보대출이 4조3000억원 늘었다.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느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낮아진 시중금리도 한몫했다. 기준금리 동결 등의 영향으로 4%대 까지 낮아진 대출금리는 현재 3%대 상품까지 나왔다. 하지만 고금리에 고민이 많았던 차주들에게는 희소식일지 몰라도 가계대출 수요가 들썩이고 있어 우려된다. 물론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가계 빚 증가세는 부담 일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1분기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 총생산, GDP 대비 102.2%에 달한다.
참고로 5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총잔액은 1056조4000억원이다. 게다가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 달 동안 7조8000억원이 늘면서 같은 달 기준으로 2009년 6월 속보치 작성 이후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대출이 운전자금 수요, 회사채 상환 목적의 자금 수요 등으로 3조4000억원 증가하며 상당 폭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은행의 대출방침 변화로 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감소세를 이어온 기타 대출이 여전히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 저금리가 당분간 다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빚이 늘면 그만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연체율 증가 등 금융권 부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그런데다 문제 대응에는 재정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나라 곳간 사정은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54.1%다. 사상 처음 53.5%인 비기축통화 선진 11개국 평균을 넘어섰다. 아울러 세금마저 덜 걷혀 나라 곳간 사정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대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행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계대출에 관한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면밀한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