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녀의 ‘愚問賢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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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손녀의 ‘愚問賢答’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05.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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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대우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의 질문은 정말 어리석은, 아주 어리석은 질문중 하나로 기억 속에 남을듯하다.

5월은 가정의달이며, 가족이 서로 생각하며 위하는 것이 아무리 과하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지난 29일에 나는 4살짜리 손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손녀가 좋아하는 과자를 하나 주고는 손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에 누가 더 좋아?” 그러자 손녀는 멀뚱하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쳐다보고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손녀가 과자를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하나 더 주면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에 누가 더 좋아?” 내심 나는 “할아버지가 더 좋아”라는 대답을 기다린 것이다. 그런데 손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쳐다보더니 “왜? 할아버지는 그런 질문을 해?”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말을 기다렸던 것이 아니었다. 아주 엉뚱하게 나한테 도리어 질문을 하는 것이다. 어이없는 나는 웃으며 손녀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나는 재차 웃으며 물었다.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00이 최고로 좋거든”하며 엄지 ‘척하며 손을 올려 ‘할아버지가 최고’라는 것을 유도했다.

그러자 손녀가 말한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아빠랑 엄마랑 우리는 모두 가족이자나? 그러니깐 가족끼리는 누가 제일 좋아가 아니라 모두가 좋은 거야”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의 질문은 아주 어리석은 질문이 되고 말았다. 4살짜리 어린 손녀는 할아버지 질문 속에서 누구 한 사람만을 좋다고 했을 경우 다른 가족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같이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꼰대’적 생각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했다. 4살 어린 손녀의 ‘우문현답’ 속에서 가족 전체에 대하여 생각해야 하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이가 많아도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도 배워야 한다는 옛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나이가 어린 사람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생각에 빠져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항상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계에 따라 지시하고 질서를 잡으려 했다. 그것은 지난 시절에 가부장적 삶을 살아 왔던 때의 생각이나 생활들이 몸에 밴 탓일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은 위계에 위한 ‘꼰대’ 생각에 사로 잡혀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손녀의 ‘愚問賢答’이 ‘5월 가정의 달’에 가족 모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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