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무서운 건 아이들도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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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무서운 건 아이들도 다 안다
  • 고일광 변호사  ilkwang.ko@barunlaw.com
  • 승인 2022.10.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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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광
고일광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오랜만에 춘천으로 재판받으러 왔다. 듣기만 해도 청춘과 낭만을 떠올리는 춘천이지만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모시고 재판 받으러 오는 기분은 그와는 사뭇 다르다. 각박하고 분주한 서울을 잠시 떠나 강원도 공기를 쐬고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정도다.

자신의 생사를 좌우하는 염라대왕 앞에 온 것처럼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판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겁기만 하다. 재판정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긴장백배이다. 의뢰인을 옆에 모시고 앞 재판을 방청하고 있는 조용한 와중에, 엄마의 손에 이끌려 5~6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조심조심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니 어색하다는 듯이 엄마, 여기 어디야라며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리더니, 이내 재판받는 피고인석에 자기 아빠가 서서 머리를 조아리며 재판받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좀 더 큰 목소리로 겁에 질려 아빠~’하고 부르다, “조용히 하세요라며 근엄하게 꾸짖는 법정경위를 보고는 더욱 겁에 질려 버렸다. ‘~~!!’하면서 법정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데리고 나가세요법정경위는 재촉을 하고, 아이 엄마는 몸 둘 바를 모르며 아무 죄도 없는 아이의 팔을 끌고 법정 밖으로 나갔다.

난데없이 자신의 재판진행에 끼어든 아이가 울며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 재판장은 잠시 자기가 하던 재판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까먹고는 옆 배석판사에게 내가 뭐하다가 지금 중단됐지?”라며 물어봤을 정도였다.

아이의 딱한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말길 못 알아듣는 아이도 재판 무서운 거는 본능적으로 아는구나... 판사님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 사람 앞에 자기 아빠가 뭔가 잘못을 해서 저기 서 있는 것이구나 하는 걸 도사같이 눈치 채고는 울어버린 것이다. 아이 아빠의 호소는 25년 법조경력을 가진 내가 보기에는 매우 간단한 것이었다. 1심에서 벌금을 선고받았는데 요즘 치킨집 장사가 잘 안되니 좀 깎아 주든지 분납하게 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새삼스레 재판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부당한 기소를 당하든, 잘못을 하다가 때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진짜 범죄인이든, 법정 앞에 서게 되면 모두들 머리가 하얘진다. 판사의 말에 따라 교도소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이 평생 이룩해 놓은 업적이 한순간에 부정당할 수도 있는, 마치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 감흥이 없어야 정상일 텐데, 마치 지옥을 면한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풀린 긴장에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검찰에 불려가 마치 죄인인 듯이 취조 받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못 이기고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소시효가 얼마 안남아 조금만 더 도망 다니면 법망을 영원히 피할 수 있는데도 그걸 양심상 못 견디고 공소시효 며칠 전에 자수를 하고 차라리 재판받은 후 교도소로 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약속을 어기고 돈 몇 푼 아끼려다 수백 배의 손해를 물어줘야 하는 철퇴를 내리 맞는 듯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재판이 무섭다는 걸 5살짜리 아이도 본능적으로 알고 우는데, 정작 어른들은 무시할 때가 많다. 법이란 게 사회생활 잘 할 때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어기거나 깨뜨리지만 않으면 법은 가만히 있게 마련이다. 나만 잘 하면 되지 뭐,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누가 날 건드리겠어 하는 생각에 정작 재판을 받으면서도 안이한 대처를 하는 경우도 많다.

법이나 재판이 주는 무게에 깜짝 놀라며 허겁지겁 당황하는 순간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준비가 필요하다. 모든 사회생활, 가정생활, 경제생활의 근본 질서를 잡아주고 있는 법을 잘 알지 못하면 어느 순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을 일단 알아야 하고, 아무 일이 없어도 미래를 대비하여 자동차보험이나 생명보험에 가입하듯이 평소 법 전문가와 어느 정도 지속적인 소통을 하여야 한다. 법조인들과 인맥을 쌓아 놓으라는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나와 관련된 조그만 일상생활에서부터 법과 친해지자는 얘기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필자가 하는 중앙칼럼의 작은 얘기들이 독자 여러분들의 미래 재판 준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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