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재판 이야기] ①솔로몬의 재판이 왜 명판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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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재판 이야기] ①솔로몬의 재판이 왜 명판결일까
  • 고일광 변호사  ilkwang.ko@barunlaw.com
  • 승인 2022.10.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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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광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고일광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 중앙신문=고일광 변호사 | 성경에 보면 그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 나온다. 다윗이 이스라엘 최고 번영기를 만들어 놓고 그 아들인 솔로몬이 왕위를 물려받게 되자, 솔로몬은 일천번제를 드리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였다고 한다. 그 지혜가 발휘된 명장면 중 하나가 위 솔로몬의 재판이다.

같은 집에 기거하던 두 여인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만 한 여인이 자던 중에 자신의 갓난아기를 압사시키고 말았다. 아침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이 여인은 옆에서 자고 있던 다른 여인의 품에 있던 갓난아기를 자기에게로 가져 오고 죽은 자신의 아기를 그 여인의 품에 슬그머니 바꿔치기하여 놓았다. 영문도 모르고 일어난 다른 여인은 자신의 품에서 아기가 죽은 걸 보고는 자신의 아기가 아님을 직감한다. 죽은 아기의 엄마에게 내 아기를 내놓으라고 하자 바꿔치기한 여인은 자신의 품에 있는 아기가 자기 아기라고 우기며 발뺌한다. 이 두 여인이 솔로몬 앞에 호소하러 나온 것이다.

솔로몬은 두 여인이 모두 산 아기의 어미라고 우기고 있으니 아기를 두 쪽으로 갈라 반반씩 나눠 주라는 명령을 내린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명령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부하들이 그래도 왕의 명령인지라 칼을 들어 아기를 두쪽내려 한다. 아기의 진짜 어미는 아기가 죽는 꼴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절규하며 아기는 저 여인의 아기이니 제발 죽이지 말라 호소한다. 반면 가짜 어미는 아무런 감흥이 없이 아기의 반쪽이라도 갖겠다고 한다. 이를 본 솔로몬은 부하들의 칼을 멈춘 후, 아기가 죽을 것 같아 절규하던 여인에게 이 여인이 아기의 진짜 어미이다라며 아기를 안겨 준다는 것이, 이 솔로몬의 재판의 내용이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아기의 생명을 두 쪽 내라는 게 어떻게 지혜로운 판결인가? 어떻게든 두 여인의 말을 들어 보고 부하들을 시켜 주변 인물들에게 증거를 수집해서 누가 진짜 어미인지 따져보는 소위 탐문수사도 해 보지 않았다. 오늘날 같으면 DNA수사 하나면 끝장날 텐데, 당시는 그러한 기술이 있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솔로몬은 말도 안 되는 명령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기를 둘로 쪼개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기가 죽게 될 상황 앞에서 진짜 어미의 모정이 불일 듯 발현될 것이라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제 아기의 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 앞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가짜 어미는 이런 모성애가 발휘될 리가 없다. 이 점을 간파하고 솔로몬은 아기의 죽음 앞에서 모성애를 발휘하는 여인이 진짜 어미라는 진리를 극적인 연출을 통해 설파한 것이다.

사안의 진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 무언가, 양쪽 다 꼼짝없이 승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무언가, 죽고 싶을 정도로 억눌려 있는 억울함을 풀어 주고 무고한 사람 뒤집어씌우는 잘못된 고발자들의 입을 할 말 없게 만드는 그 무언가, 헝클어진 실타래 같이 내 앞에 놓여진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줄 수 있는 맥을 잡아주는 그 무언가, 솔로몬은 이 무언가를 해당 사안마다 간파하는 지혜를 하나님께로부터 얻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생활 역시 다르지 않다. 신의를 베풀었는데 대가는 오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에게서 이기적인 마음과 사기 치려는 뻔뻔한 마음을 마주할 때, 열심히 일하려던 것뿐인데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영문 모를 소환 통보를 받을 때, 평상시는 화목했던 가정이 재산을 둘러싸고 갑작스런 불신과 다툼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과 불안함이 갑자기 닥칠 때, 우리 모두에게는 솔로몬의 재판이 필요하다.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 속에, 이 무언가를 발견해 주고 짚어 내 주고 판단해 주는 판사, 검사, 변호사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모든 법조인들 역시 솔로몬의 재판 속에 있는 이러한 지혜를 본받고 실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솔로몬의 재판을 경험하는, 정말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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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민 2023-08-26 21:07:09
감사합니다.

박윤옥 2022-10-31 22:35:00
어릴적부터 들어온 솔로몬의 이야기 입니다,..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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