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에서 ‘옴’ 검색해 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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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이버에서 ‘옴’ 검색해 봤냐?”
  • 김영식 기자  ggpost78@daum.net
  • 승인 2022.10.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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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김영식 기자

| 중앙신문=김영식 기자 | 얼마 전 기자는 수원의 한 요양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요양병원 간호부장을 만나 여러 가지 묻는 과정에서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옴에 대해 네이버에서 찾아봤냐? 옴 환자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별일 아니다라는 간호부장의 말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그것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계시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위생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부장의 생각이라곤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옴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정한 법정 전염병은 아니지만, 그 전파력이 강하고 피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질병관리본부가 지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이 지침은 10인 이상 집단거주시설, 요양시설에서 옴이 발생할 경우 즉각 보건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옴 치료가 어렵고, 환자들에 대한 전파력과 위해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제보자는 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지만 병원 측에서 아무런 대책 없고, 전원을 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병원 측의 반대에 부딪혀 기자에게 알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찾은 병원 직원의 곱지 않은 말투, 공격적인 반응 등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며,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물론 자신들이 근무하는 병원의 위생문제 취재에 기분 나쁠 수 있는 질문이지만, 그보다 정말 옴 환자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 없다면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설명해 주면 될 일이다. 너무 일방적으로 화를 내니 제보가 사실처럼 느껴졌다.

100만 특례시를 지향하는 수원시 보건소의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황당했다.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을 알고 있지 못하는 듯했다. 보건소 직원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요양병원 환자 발생은 해당 병원서 알아서 할 일이고, 혹시 소독기구가 없을 때 보건소에서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이 자치단체에 와서 실종된 매뉴얼이 된 셈이다.

거기에 더해 중증 노인 환자들이 머무는 요양병원이지만, 생명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미룰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요양병원 간호과장이나 보건소 직원의 인식이 너무 위험해 보였다. 만약 간호과장의 친지가 이 발생한 병원에서 매일 밤잠을 잘 못자고 가려움에 뒤척인다면, 과연 그 병원에 다시 부모를 모시고 싶어질까. 생명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안락한 환경에서 지낼 권리도 있지 않은가. 요양병원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수원시 보건 매뉴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100만 특례시의 이번 환자 대응을 시민과 함께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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