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지하 일가족 수해 참변, 현실은 영화보다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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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지하 일가족 수해 참변, 현실은 영화보다 참혹했다
  • 권광수 기자  729272@joongang.tv
  • 승인 2022.08.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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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수  국장
권광수 국장

지난 9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졌다. A(47)와 딸 B(13)양 모녀, 그리고 A씨의 언니인 B(48)씨는 집으로 물이 차올랐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이 집에 함께 거주하던 73세 모친 D씨는 병환으로 요양원에서 치료받느라 참변을 피했으나 두 딸과 어린 손녀를 한꺼번에 잃었다.

A씨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조합 간부로 일하는 한편 발달장애인 언니를 돌봤고, 반지하로 새 보금자리를 옮겼을 때 언니와 딸의 방을 예쁘게 꾸며주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기생충속의 주인공 가족들이 반지하에서 겪은 침수피해 때는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현실은 더욱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지하와 반지하는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존 지하와 반지하 주거지는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주거용으로 쓰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번 서울 침수 사태는 하수도 시설 미비로 인해 벌어진 참사다. 수해가 발생했을 때 반지하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하수도 역류가 선행하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이 유례없는 수해 재난 지역이 된 가장 큰 원인을 밝히고, 예방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반지하 주거를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희망을 쫓는 대책이지만, 현 상황에서 현실성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누구나 반지하나 지하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반지하에서 살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경제적 난관이 저마다 있는 것이다.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등을 비롯해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을 위한 주거지원대책도 함께 마련해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빈부 격차의 양극화는 자연스럽게 안전 문제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정부와 우리사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해야 하며 단계적인 대책을 펼쳐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7320세대이며, 서울시에 20849세대, 경기도에 87914세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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