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측 ‘더는 미룰 이유 없다’ 결심
30년 관료 생활로 정치권과 인연 없어
'다크호스'···원내 세력 구축 없어 ‘고심’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범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의 (대선) 경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오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 원장까지 본격 행보에 뛰어들면서 야권의 대선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최 원장은 28일 감사원장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최 원장의 한 측근이 전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이) 결심이 선 것으로 보이고, 언론에도 관련 소식이 많이 보도되기 때문에 더는 미룰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원장이 사임 직후 즉각 정치적 행보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감사원장 임기 만료일(2022년 1월)을 반년 앞두고 사퇴를 택하면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관련된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장에서 물러난 최 원장은 당분간 대선 출마와 관련, 여러 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당 입당이나 제3지대에서 독자 세력화 등은 전혀 결정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원장 측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보다도 순위가 뒤로 밀리지 않았느냐"며 "대선 도전이 쉬운 일도 아니고 최 원장이 당분간 여러 생각을 할 것인데, 입당이·독자세력화 등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현실적으로 대선까지 최 원장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된 감사 결과를 두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문(반문재인) 전선에 합류했단 점은 윤 전 총장과 공통점으로 꼽히지만, 공직 사퇴 명분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후보로서 최 원장의 정치적 역량도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조국 사태 발생 이후 약 2년 간 청와대 및 여당의 협공에 맞서 버텨왔단 점에서 적어도 '맷집' 측면은 검증을 통과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에 반해 30년 가까이 관료로 지내온 최 원장이 여의도 정치판의 견제를 뚫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 원장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 자신을 조력할 수 있는 세력 구축도 관건이다. 최 원장에 비해 다소 일찍 대선을 준비해온 윤 전 총장은 학연‧지연이 얽힌 의원들과 회동 등을 통해 그 동안 세력을 규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30년 가까이 관료로 지내오면서 정치권과 인연이 없는 최 원장이 '다크호스'로 대선판에 뛰어들더라도 원내 세력을 빠르게 구축치 못할 경우 당내 경선 통과조차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