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사법부 신뢰회복’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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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 ‘사법부 신뢰회복’ 계기돼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1.02.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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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관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하는 등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초유(初有)의 사태가 빚어져 사법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연이은 악재로 신뢰가 추락하고 갈수록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번 위기는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직접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심각하다.

사태의 발단은 작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면담에서 오간 대화에서 촉발됐다.

임 부장판사가 건강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으나, 김 대법원장이 탄핵을 이유로 수리하지 않아 화근(禍根)이 됐다.

대법원은 즉각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임 부장판사가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나서자 김 대법원장은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여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쳐대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길 듣겠느냐”며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판사 탄핵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정치적인 상황은 고려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치 외풍을 막아내야 할 대법원장이 정치적 판단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며 판사 탄핵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임 부장판사의 탄핵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3권 분립 민주 헌정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은 물론 시민단체 등 각계로부터 김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일파만파(一波萬波)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권과 결탁한 대법원장의 탄핵거래로, 불법. 부실탄핵"이라며 분개했다.

이처럼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걱정스런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 대법원장의 거짓해명과 임 부장판사와의 진실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 중요한 것은 판사 개인이 사건에 개입해 헌법을 위반했느냐, 사법을 농단했느냐 하는 본질이 절대 흐려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처신을 비판하는 현직 판사의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 등 후폭풍도 거세게 일고 있다.

사법부의 위기는 현직 법관의 첫 탄핵 소추 사태와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법 농단에 연루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문에 위헌적 행위를 한 것으로 적시된 임 부장판사는 국회의원 179명의 찬성으로 탄핵 소추돼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법부라고 해서 잘못을 해도 단죄(斷罪)를 받지 않는 성역일순 없다.

현직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심각하고, 비겁한 사안이지만 탄핵 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몰래 녹음해 이를 공개한 행위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나 이로 인해 본질이 희석돼선 안 된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법조계 주변에선 헌재의 입장으로 볼 때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각하, 또는 기각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은 가결된 자체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국민들은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사법부 판결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았다.

서글프지만 국민들은 상징적으로 사법부 내부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도 목도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탄핵 위기에 몰린 고위 법관은 몰래 녹음해 폭로하는 진풍경, 사법부의 민낯을 드러낸 이번 사건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

누란(累卵)의 위기에서도 사법부가 내려야 할 법적 판단이 줄을 잇고 있다.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사법부의 권위를 되찾을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사상 첫 법관의 탄핵소추, 그리고 헌재의 판결이 사법부의 뼈저린 자성(自省)과 함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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