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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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는 마음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11.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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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실개천이 흘러 개울이 되고, 개울이 모여 강이 되며, 강이 흘러서 바다가 되듯이, 개울이 서로 받아들이는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바다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거기에 부수되는 모든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나와 남이 밀접한 관계로 이어지면서 사회가 이루어지고 서로 다른 생활 속에서 길들여진 문화를 배려하며 산다면 편안하고 평화스러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뜻을 맞추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소의 양보와 희생이 따르더라도 배려라는 멋진 단어를 보듬어 안고 살아야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 키우는데 모든 초점으로 공부에 두고 있어, 아이들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성적표 밖에 들은 것이 없다. 상대방을 향한 배려나 양보, 희생이라는 것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보다 못해 나무라면 주먹을 휘두르고, 칼까지 들이대니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결과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 다문화 가정이 많이 생기고 있다. 같은 민족이라도 결혼할 때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의 결합에도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심지어 멀리 떨어진 이국에서 살면서 문화와 종교, 생활관습이 전혀 다른 남녀가 만나서 화목한 가정을 이루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원만한 가정을 이루려면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라온 생활환경을 인정하며 양보와 희생 속에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화목을 만들어 나가기 어렵다.

지금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종교 갈등도 나의 종교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존중해 주는 배려를 조금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크게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찍이 법정스님은 모든 종교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때 종파적인 편견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옹졸한 마음의 소산이다. 진정한 종교인 종교 자체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라고 했는데 오늘의 종교분쟁은 상대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아집에서 야기된 것이다.

인도여행 때 많은 사람들이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가난하게 보이는 인도사람들이 다가올 때마다 혹시나 물건을 도둑맞지 않을까. 나를 속이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하였다. 정부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서 자기 나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작은 배려라도 한다면 외국인들이 이런 불편한 상황을 덜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 보면 구걸을 하는 사람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그들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리려면 가진 자와 권력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전에 보면 배려의 뜻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줌”, “염려해 줌”, “마음 써 줌이런 뜻이 담겨있는데 당장 굶을 판인데 배려를 기대한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깨닫는다.

올림픽 양궁 경기 때 중국의 관중들이 소란스럽게 굴고 호루라기까지 불어대는 몰상식한 짓을 해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그 민감한 경기에서 관중석의 분위기 때문에 금메달를 놓친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응원하는 중국 관중들이 상대방 나라의 선수에게 조금만 배려를 해 주었어도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우리도 이런 행위가 없었을까 반성해 본다.

배려는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지역 간에도 국가 간에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만 배려를 한다면 평화스러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상대방을 헤아려 주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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