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바람기를 잠재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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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바람기를 잠재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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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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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유월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나무가 있다. 꽃이 귀한 여름 홉사 여인네의 화장 솔 같기도 하고 고운색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 한 꽃이 고혹적인 자귀나무다. 꽃이 나무가 부리는 멋이라고 한다면 자귀나무는 매우독특한 모양의 꽃을 피우는 멋쟁이 나무다. 화려한 색실로 치장한 이국적 정취를 지닌 자귀나무 한 눈 팔던 사랑도 지켜준다는 그 비밀을 알아보자.

자귀나무는 지방마당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향명(鄕名)이 많은 자귀는 짜구나무, 자구나무, 합환목(기쁨으로 만나는 나무), 합혼수(혼인으로 만나는 나무), 유정수(정이 많은 나무), 야합수(밤에 만나는 나무) 등으로 이름은 달리 부르지만 뜻은 모두 유사하다. 하나같이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나무를 깎아내는 도구인 자귀의 자루를 만드는 나무라 해서 자귀나무란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소가 즐겨먹는다 해서 소쌀나무, 소밥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자귀나무는 좌귀(佐歸 도울 좌佐, 돌아올 귀歸)에서 자귀나무로 불리게 되었는데 이는 잎이 밤이 되면 서로 돌아와 마주보며 잠을 잔 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귀나무가 밤이 되면 정말 잎들이 마주보고 잠을 자는지 궁금한 필자는 해가진 밤중에 가로등아래 자라고 있는 자귀나무를 찾았다. 과연 자귀나무는 금슬 좋은 부부가 서로마주보고 잠을 자듯 잎들이 모여 잠을 자고 있다. 꽃들도 해질 무렵이 가장 화사하게 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자귀나무는 움직이는 동물처럼 잎을 모으고 잠을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 기지개를 펴듯 잎을 쫙 펴고 햇볕을 듬뿍 받는다.

지혜로운 조상님들이 이러한 모습을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는 않았다. 자귀나무 꽃을 합환화, 라고도 부른다. 자귀나무는 꽃이나 잎을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는데 이 차를 부부가 함께 마시면 부부 사이의 금슬이 좋아져 절대 이혼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 나무를 애정목(愛情木)이라고도 칭하기도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두고 라는 순박한 사람이 부인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두고는 장터 주막에 들렸다가 그만 아리따운 기생의 유혹에 빠져 부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현명한 두고의 부인은 때를 기다려 자귀나무의 꽃을 따서 정성스럽게 말린 후, 그 꽃잎을 서방님의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 그러다 남편이 돌아온 날 말린 꽃잎을 꺼내 술에 타서 합환주(合歡酒)를 마시게 했다. 그 술을 마신 남편은 기생집에 발을 딱 끊고 곧 전과 같이 아내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자귀나무가 이렇듯 부부의 금슬과 깊은 관계를 가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비밀은 바로 자귀나무의 잎이 지닌 독특한 특성 때문 이라고 한다.

자귀나무의 잎은 아까시나무 잎보다 가늘며 마주 붙어 있는 겹잎이다. 그런데 낮에는 그 잎이 활짝 펴져 있다가 밤이 되면 나비가 날개를 접듯이 반으로 딱 접힌다. 홉사 서로 마주보며 , 잎들이 사이좋게 붙어 다정한 부부가 잠을 자는 모양이다. 신기하게도 아까시나무 잎처럼 맨 끝에 혼자 남는 잎이 없다. 서로서로 짝이 딱 맞는 것이다.

자귀나무를 집안에 심는 것만으로도 가정이 화목하고 특히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 진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화를 진정시키고 기분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신통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에서도 부부금슬과 행복을 위하여, 자손의 번창을 위하여 궁궐에 이 나무를 심는 것은 필수였다고 하니 꽃도 즐기고 부부의 정을 길이 간직 하는 데는 자귀나무만한 나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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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숲 2017-07-05 15:13:56
아~ 그런거구나.....잘 읽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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