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에세이]문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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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에세이]문자 메시지
  • 중앙신문
  • 승인 2019.07.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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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수필가, 칼럼위원)

7년 전 수필 공부를 같이 하던 여류 수필가가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발명이 문자 메시지일 거라는 말을 해 퍽 놀랐다. 그 잘나빠진 게 뭐 그리 대단한 건가. 그녀 또한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10년 전, 코미디언 이홍렬이 핸드폰 키를 1분에 몇 타나 치는가 하는 내기를 하는 걸 보고 저게 무슨 짓인가 했는데 그게 그냥 한 말이 아니다. 생각하면 꽤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문자 메시지가 진화를 해 나라 전체를 석권한 지 오래다. 그런데 나는 그 문자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두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는 불편함. 직접 전화로 뜨르르 할 것이지 뭐 땜에 문자를?

아직도 문자 메시지가 싫다.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느니 전화를 건다.

지금도 의심스럽다. 왜 문자 메시지가 극성을 떨까. 한번에 여러 사람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같은 내용을 보낼수 있어서? 조용하게 상대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음성 통화보다 값이 싸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 그렇지만 감정과 의견의 소통과정에서 느끼는 인간적 냄새-체취-같은 게 완전 제거된 것이 아닌가. 이러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인간이 폰에 찍힌글자 몇 자로 전락해 글자 몇 자끼리 만나 쑥덕거리다 헤어지는 반복을 하는 게 아닌가. 인간이 아닌 문자가 되어 하얀 화면에 까만 글자가 되어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만나는 것 같아 불편한 심기를 떨칠 수 없다.

하긴 청첩장이나 부고가 폐기되고 문자 메시지로 대체된 것은 긍정적이다. 최소한의 예의가 사라진 사회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비싼 인쇄비 버려가며 낭비할 필요는 없다. 한 번 보고 휴지통에 버리는 청첩장의 불편함에서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인터넷에서 ‘문자 메시지’를 검색한다. 놀랍다. ‘문자메시지 축복인가 재앙인가’에서부터 무료 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 서비스, 문자 메시지 보내기, 문자박스, 문자나라, 문자 메시지 매니아… 밑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실로 나만 문자 메시지 문맹자가 될 꼴이다. 밴드, 카카오 톡, 사진 보내기 등등. 모든 것이 문자 메시지로부터 시작되는 걸 보면 나는 어느새 늙은 문맹자다. 한시바삐 두 손가락 타법을 익혀 문자 메시지 작성에 능통해야 할 것 같다.

향후 스마트폰이 컴퓨터를 정복해 버릴지도 모른다.

웬만한 글쓰기도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진다. 이미 수필공부방에 스마트폰으로 수필 한 편 뚝딱 써 온 수강생도 있지 않던가. 나의 수필 쓰기도 컴퓨터를 고집할 일이 아니다. 생각날 때 수시로 써야 한다.

메모 또한 그렇다. 어느 시인이 문학 강의에서 수첩은 항상 소지하고 다녀라, 필기구는 필수다, 언제 어디서 좋은 아이디어, 빛나는 언어, 팔팔 뛰는 문장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문학을 하려면 순간에 떠오르는 기지와 재치를 하나라도 놓쳐서야 쓰겠는가 했다. 그런데 아니다. 요즘 수첩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고, 볼펜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수시로 꺼내 읽는 스마트폰이 모두 섭렵해 버린 것을. 이미 웬만한 정보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갤러리에 저장해 놓고, 인터넷도 스마트폰에서 가능하다. 이젠 타자만 치면 된다. 과연 긴 글도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을까. 폰에서 ‘글쓰기’를 찾았다. 있다. ‘글쓰기 앱.’ 그 글쓰기 앱 깔고 열어서 쓰면 된다.

손 안의 만능으로 등극한 스마트폰의 극대화, 수필을 스마트폰으로 써야 할 세상이다.

자, 문자 메시지에서 소외되기 전에 열심히 두 손가락 타법이라도 익혀라. 그리고 써라. 메시지가 되건. 수필이 되건. 이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는 제1 원칙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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