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데’… 위안부 피해자 이제 27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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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는데’… 위안부 피해자 이제 27명 뿐
  • 김기종 기자  jongkmc@hanmail.net
  • 승인 2018.10.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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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여가부 장관 광주 나눔의집 방문…“위안부 문제 조속히 해결해 나가겠다”

| 중앙신문=김기종 기자 | 일본군 성피해자 어르신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남은 어르신들의 생존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1일 장관취임 후 처음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화해치유재단 처리를 비롯,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 할머니들은 진 장관에게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현재까지 어떠한 태도 변화가 없다. 진 장관 방문 후 불과 15일 만에 또 한 어르신이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이제 남은 어르신들이 생존할 시간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에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난 26일 굴곡진 인생사를 뒤로하고 97세의 하점연 어르신이 생을 마감했다. 주권 잃은 국가의 국민이었기에 그랬고 힘 없고 나약한 여성이었기에 그랬다. 일본군 성피해자란 숨길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의 이야기들을 스스로 접고 영원한 안식의 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슬픔과 한을 뒤로 하고...

올해만 벌써 하 어르신을 포함 6명의 일본군 성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영면했다. 이제 생존 중인 어르신은 정부에 등록한 240명 중 27명 뿐이다. 고령이다 보니 언제 어느날 세상을 떠날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 처리 문제 등이 얽혀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현재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 집에는 6명의 성피해자 어르신들만 지내고 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세상이 다 아는 일본군의 만행을 일본 정부만 입 다물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점점 돌아가시는데 살아계실 때 명예회복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영화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시도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한결같다.

명예 회복을 위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화해·치유재단' 문제의 조속한 해결 등이다. 하지만 우파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생존자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받지 못한 채 고령과 지병 악화로 하나둘씩 그들을 지탱했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고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생존자는 대부분 80∼90대의 고령이고 거동이 쉽지 않은 분이 많다. 생존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는 91.1세로 초고령이다. 85∼89세가 8명, 90∼95세가 17명, 95세 이상도 2명이나 된다.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경기도가 9명, 서울 7명, 경남 4명, 대구 3명이 살고 부산·울산·전남·경북에도 1명씩 있다. 이들 피해 어르신들은 쉼터나 요양병원에서 머물거나 일부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

수원시 거주 A(60) 씨는 "정부는 하루빨리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아할 의무가 있다"며 "전부 돌아가시기 건에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한 어르신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 없는 국가의 국민이었기에 당해야 했던 국민의 한을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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