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세 배분” 와각지쟁(蝸角之爭)의 우를 범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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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세 배분” 와각지쟁(蝸角之爭)의 우를 범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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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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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운 (연천군정 세무과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유난히 무더웠던 2018년 여름은 가고 며칠 전 백로가 지났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며 농부들은 가을 수확에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가 되면 정부는 그 해에 추진하던 사업을 마무리하고 다음년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다음연도 준비라 하면 아마도 예산안 편성일 것이다. 얼마 전 우리군도 예산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부서별로 예산요구서를 제출받아 예산을 심의한다. 보조금에 대한 세입세출은 10월에 확정하고 11월 의회에 제출한다. 우리군의 재정자립도는 2017년 결산기준 약15%로 순수세입(지방세 및 세외수입)이 매우 작다. 사실 우리처럼 세입이 적어 재정이 어려운 지방정부는 8월부터 예산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초부터 국고보조금 확보를 위해 모든 직원들이 혈안이 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는 사실 보조금의 분담비율 메우기도 쉽지 않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대내외적으로 국·도비 보조를 많이 받아야 예산이 줄지 않았다는 표시가 될 수는 있겠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한다. 이 과제의 핵심은 지방정부가 예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 지방정부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제공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자주적으로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중앙정부는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서로 다른 선호와 필요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자기지역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서비스화 하여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성공적 재정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레저세 배분과 관련하여 지방정부 국회의원들 간 다툼을 보면 그렇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 등 56인이 제출한 개정안이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장외발매소의 레저세 배분비율을 현행 50%에서 8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이는 경마장이 있는 과천 등 실제 경기장이 있는 지역의 세수를 감소시키고 장외발매소가 있는 지역의 레저세 재원을 늘리고자 함이다. 그러나 과천·의왕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의원은 경마장의 레저세 배분비율을 이와 반대로 현행 50%에서 80%까지 상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마장과 장외발매소가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대표발의 하면서 다투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와각지쟁(蝸角之爭)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와각지쟁은 달팽이의 촉각(觸角)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하찮은 일로 싸운다는 사자성어이다. 사실 이들이 배분 비율 조정의 명분으로 세우는 것이 경마장, 장외발매소 등이 있으므로 교통 혼잡, 소음공해, 쓰레기 투기, 음주소란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디 변변찮은 세입원조차 없는 우리군 입장에서는 소가 웃을 일이다. 사실 경마장과 장외 발매소가 있는 곳은 서울 등 대도시로 지대가 높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곳이다. 이미 재산세, 지방소득세로 이들이 원하는 사회적비용 충당을 위해 세입이 충분히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레저세는 무엇인가? 과거 ‘경주마권세’를 2002년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경마·경륜·경정 등 관련 법률에 의해 승자투표권을 발매하여 얻은 금액에 대하여 10%센트의 세율로 과세하는 개별소비세의 일종이며 도세이다. 그런데 이 지역들이 다투는 이유는 ‘지방세법’ 제43조 레저세를 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소재지 자치단체에 신고 납부하도록 되어있고, 같은 법 시행령에서 장외발매소는 경마장 소재 광역자치단체와 50%씩 안분하며 조정교부금 배분조례 제6조 제2항에서 조정교부금 재원 조성에 기여한 금액의 100분의 90을 우선 배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저세는 사실 개별소비세다. 여기에는 우리군 주민들이 납부한 레저세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납세지가 소재한 자치단체라는 이유로 재원조성에 기여했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소비관련 세원은 균형안분하고 있다. 지방소비세가 그렇다. 지방소비세의 안분은 조정교부금 배분조례 제1항에 따른 배분을 하고 있다. 레저세도 지방소비세와 같은 방법으로 안분해야 한다고 본다.

앞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재원이 충분한 지방정부가 서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모습은 흡사 달팽이 촉각 위에서 싸우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사실 지방분권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합리적 배분’이 중요하다고 본다. 의무적 비용의 이양이 아닌 지방정부 스스로 지출을 결정할 수 있는 재정여건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연방제수준의 재정분권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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