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배의 소통유머]지금 여기서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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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의 소통유머]지금 여기서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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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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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2007년 1월 18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올라온 그의 부고 동영상 내용이다. ‘워싱턴의 휴머니스트’라 불렸던 아트 부크월드는 자신이 죽기 전에 부고 동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81세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유머를 놓지 않았다. 그는 40년 넘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워싱턴 정가의 엘리트 계층을 풍자한 칼럼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칼럼은 전 세계 500여 개 신문에 실렸으며, 1982년 논평 부문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뇨병이 악화돼 한쪽 다리를 절단한 그는 신장투석도 거부한 채 칼럼을 썼다. 워싱턴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죽음을 맞는 과정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로 묘사하며 낙관적인 자세와 의연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신장투석을 중단했을 당시에는 의사가 2, 3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5개월이 지나도 계속 살아남았다.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버리고 죽기 위해 필요한 건 다 구입했는데, 새로운 일이 많이 생겨 당황스럽다. 아침마다 면도도 해야 하고, 휴대전화도 괜찮은 신제품을 추가 구입했고, 유언장도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준비했다. 장례 계획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다.”

이처럼 해학이 넘친 부크월드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1925년 뉴욕 주에서 태어난 그는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지냈고, 아버지마저 사업에 실패해서 자식을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크월드는 회고록에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두 차례 있었으며, 자살 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글쎄 잘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나는 아마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 아닐까요?”

죽음은 우리의 행복을 빼앗는 가장 강력한 실체다. 무서워서라기보다 내 존재가 없어진다는 점 때문에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죽음도 유머리스트를 꺾을 순 없었다.

강사협회에서 몇 번 만났던 채규철 선생은 총각 시절 최고의 꽃미남으로 불렸는데 사고로 화상을 입어 흉측한 얼굴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죽음보다 못한 인생이라고 괴로워했다.

그를 구원해 준 건 유머였다. 화상 입은 얼굴을 오히려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세상이 즐겁게 돌아갔다.

“내가 바로 ET야. 이미 타버린 사람이란 뜻이지.”

“내 얼굴 너무 보지 마. 닳는단 말이야. 이거 비싼 얼굴이라고. 돈을 얼마나 들인 건데.”

생활고에 시달리고, 불우한 환경에 처하고도 초연해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남과 다르다. 건설적이고 건강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 축복을 만드는 일이다. 축복이란 누가 쏟아주는 게 아니다.

마음 하나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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