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배의 소통유머]상대의 체면을 살려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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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의 소통유머]상대의 체면을 살려주어라
  • 중앙신문
  • 승인 2018.06.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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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신기한 책략은 천문을 꿰뚫었고
기묘한 계책은 지리에 통달했네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족함을 알아서 중지하기 바라오.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시(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다. 수나라 장군 우중문은 을지문덕과 맞붙어 연전연패를 당했다. 사나이 체면에 물러가지도 못하고 기회만 엿보는 그에게 시 한 수를 보낸다. 장수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체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의 유비는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어 마음을 사로잡는 데 능했다.

적군 장수가 사로잡혀 꽁꽁 묶인 상태로 꿇어 앉아 있다. 장수로서는 치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유비가 나타난다. 깜짝 놀라는 얼굴로 뛰어가선 손수 포박을 풀어준다. 그리곤 병사들을 야단친다.

“어허, 내가 장군을 모셔오라 했지, 어찌 포박해 오라 했느냐!”

패장의 마음은 복잡하다. 비굴하게 애원하면 목숨은 건질지 모르지만 체면이 손상된다. 그렇다고 죽음을 택하면 체면은 살지만 목숨이 아쉽다. 이러한 갈등 상황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화술의 소유자가 유비다. 목숨도 살려주고 체면도 살려준 유비에게 패장들은 기꺼이 항복하고 충성을 맹세한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짚불은 안 쬔다’ ‘선비는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 등의 속담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살아가면서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말들 중 하나가 ‘체면’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면에 대하여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 거리에 두 개의 식당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한 집은 갈수록 손님이 느는데, 다른 한 집은 재료의 질도 좋고 자리도 좋은데도 손님이 자꾸 줄어들었다.

대박 식당의 주인은 손님을 이렇게 대했다.

“사장님, 국이 좀 짜네요.”

“짭니까? 죄송합니다. 싱겁게 먹어야 몸에 좋은데 우리 실수입니다.”

“게장이 좀 맵군요.”

“매우세요? 미안합니다. 너무 매우면 위에 안 좋은데 고춧가루 양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바로 옆 쪽박 식당에도 손님이 들었다.

“국이 좀 짜네요.”

“짜다는 손님 별로 없었는데. 야, 주방장! 국 짜단 분 있었냐? 거봐요, 없었다잖아요. 손님 입맛이 이상하시네.”

“게장이 좀 맵군요.”

“남자분이 이 정도 매운 걸 못 드세요? 아니, 어린애도 아니고…… 허허 거참 입맛 이상하네.”

고객의 체면을 무너뜨린 결과 자신의 식당도 무너진 꼴이다. 체면이 깎이는 곳에 가려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체면을 살려주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심리가 작동한다. 실수나 약점을 빌미로 상대를 무안하게 만든다면 의욕을 상실한 상대는 협상에 건성으로 임하거나, 적대감을 가질 수 있다.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불만을 접했을 때는 우선 고객의 체면을 유지시켜주고, 협상 결과 고객의 의견이 옳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매출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코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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