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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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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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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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한 고을의 수령이 정치가로서 성공하는 법을 배우고자 노자(老子)를 찾아갔다. 노자가 충고했다.

“아무개를 잘 받드시오.”

그러자 수령이 어이없다는 듯 따졌다.

“그자는 저보다 낮은 사람입니다.”

그러자 노자가 말했다.

“강과 호수가 바다에게 충성을 바치는 이유를 아시오? 바다가 낮은 곳에 있고자 하기 때문이오.”

권위를 내세우던 리더들이 하인처럼 희생 봉사를 아끼지 않는 서번트 리더들로 변화해 가고 있다. 유명 전자기업의 대표가 직접 영업사원들의 발을 씻겨주며 직원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라면 단연 보스 중심형 1인 지배 리더십이었다. 이들이 주로 하는 말은 이거였다.

“나를 따르라! 아니면 너 죽어!”

1인 지배형 리더십에는 확실히 장점이 있다. 빠른 시간에 다수를 자신의 뜻대로 이끌 수 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이해 못했던 장비는 부하들을 통제하기 위해 매질을 가했다. 유방과 천하를 다투었던 항우는 휘하 장병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했다. 장비의 매질에 부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원한이 싹텄고, 장비는 어이없게도 적이 아니라 자기 부하에게 죽임을 당해서 결과적으로 유비의 몰락을 자초했다. 인물, 집안, 무예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항우도 결국 부하들의 충성도에서 밀린 나머지 결국 유방에게 천하를 내주고 말았다.

지배형 리더십이 일사불란을 중시한다면, 섬기는 리더십에선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지배형 리더십이 군중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식이라면, 섬기는 리더십은 개인 구성원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생각과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수직적인 지시가 아닌 수평적 대화로 다가간다. 그리고 소수의 의견을 수렴한다. 느린 것 같아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섬기는 방법이 세월이 흐른 후에 보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왜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한가?

현대인은 그 무엇보다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가족이나 고객이나 다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대방이, 상사가, 기업이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면 마음을 열고 충성을 다한다.

안개가 심하게 낀 밤, 조심스럽게 항해하던 전투함의 함장이 앞쪽에서 이상한 불빛을 감지했다. 함장은 충돌을 예상하고 신호를 보냈다.

“방향을 20도 바꾸시오!”

그러자 그쪽에서 신호가 왔다.

“당신들이 바꾸시오!”

기분이 상한 함장은 다시 신호를 보냈다.

“난 이 배의 함장이다!”

잠시 후 그쪽에서 다시 신호가 왔다.

“그래도 당신들이 바꾸시오!”

화가 난 함장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배는 전투함이다. 당장 항로를 바꿔라!”

그러자 그쪽에서 바로 신호가 왔다.

“여긴 등대다!”

뛰어난 리더가 되려면 우선 다른 사람을 섬기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낮은 자세로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결국 모두를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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