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아이들 사라진 목욕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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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아이들 사라진 목욕탕 풍경
  • 김종대 기자  news3871@naver.com
  • 승인 2024.03.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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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 중앙신문=김종대 기자 | 얼마 전 휴일이면 가끔 찾는 이천의 한 유명 온천 사우나를 찾았다. 이곳은 물이 좋아 그야말로 오랜 전통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주말과 휴일이 되면 인근지역에서 가족단위를 포함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목욕탕에 한동안 보지 못했던, 난데없는 '아이들 등장 소리'에 목욕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한 젊은 아빠가 3~5세쯤 되어 보이는 형제들을 데리고 사우나를 함께 찾은 것이다. 문득, '아 우리가 다니던 목욕탕에 잊고 있었던 이런 풍경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맞다. 휴일이면 이런 풍경이 익숙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

이날 목욕탕 안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아이들에게로 쏠린 것 보니, 목욕탕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목욕탕 안에서 아이들이 다니는 곳으로 모든 시선이 쏠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출산율이 적으니, 자연스레 아이들 보기가 힘들어진 요즘이다.

우리는 각종 뉴스에서 츨산율, 인구소멸 등의 소식을 자주 접했지만, 이렇게 목욕탕에서 새삼스럽게 느끼다니, 정말 피부로 와닿은 느낌이었다. 얼마 전 들은 우리나라 출산율 0.6이 무너질 거라는 통계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날이기도 했다.

인구소멸은 출산율 저하에서 오고, 출산율 저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등 다양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좀 더 정확이 이야기하면 다양한 게 아니라 출산율은 그 나라 미래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어찌 되든 인구소멸이 걱정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먼저, 인구 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경제성장의 저하를 초래한다. 일할 사람이 없다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12월18일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고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 내놨다. 18세까지 1억원 이상을 무조건 지원하고, 이후 개인별 상황에 따라 최대 34천만원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어쩌면 앞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을 한 채씩 줘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정책과 노령화에 대비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는 육아휴직제도나 양육지원제도 등을 개선하고 보육시설 확충 등의 정책이 필요하고, 노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후대비시스템을 구축하고 노인복지시설을 확대하는 등의 지금과는 다른 정책들이 필요하다.

이날 아주 직관적인 풍경을 보고 '인구소멸'이라는 단오를 떠 올리며 내 나름 씁쓸한 표정이 지어졌다. 뉴스를 보고 생각하는 것과 직접 보고 느낀 것이 이렇게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졌다. 인구정책 담당자는 목욕탕에 가보라는 말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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