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진정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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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진정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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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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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시위자들이 몰려들었다.

한 선동가가 국회에 불을 지르자고 하자, 또 다른 선동가는 정부청사에 불을 지르자고 외쳤다.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휩싸여 당장이라도 불을 지르러 갈 태세였다.

그때 한 경찰관이 차분한 어조로 그들을 진정시켰고, 군중은 이내 제정신을 차리고 해산했다. 경찰관은 확성기에 대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회에 불을 지를 사람은 이쪽 줄로, 정부청사에 불을 지를 사람은 저쪽 줄에 서 보세요.”

경찰이 섣불리 선동하는 사람을 연행하려 했다면 큰 불상사가 일어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력 진압 대신 선택한 방법은 유머였다. 유머는 삐걱거리는 관계에 윤활유가 되기도 하며, 과도한 열로 인해 화재가 날 상황에서는 냉각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호세 무리뉴 감독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시합을 앞두고 기자가 물었다.

“맨유가 두렵지 않습니까?”

“조류 독감이 두렵습니다.”

이 한마디에 거기 모인 선수들과 기자들이 배꼽을 잡았고, 선수들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긴장과 두려움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기술이 또한 유머다.

운동선수에게 심리 안정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실전에서 상대팀으로부터 야비한 공격을 당하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씩씩거리는 선수를 감독이 부른다.

“이봐, 자네는 이미 거대한 바위야. 시시한 자갈이 아니라고. 거대한 바위엔 이끼도 끼고 새똥도 있지. 하지만 조그만 자갈 따위에는 그런 게 없어. 거대한 선수는 시샘도 받고 견제도 받는 거야.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 집중해.”

칭찬으로 우쭐해진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유머 한마디를 날린다.

“이봐, 내가 그 바위에 가끔 앉아도 되겠나?”

어느 집에 강도가 침입했다. 딸들이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은 젊은 강도를 더욱 자극했다.

“입 다물어! 다 죽여버릴 거야!”

그러자 가장인 아버지가 나섰다.

“괜찮다 얘들아. 너희가 무서운 것처럼 이 젊은이도 무서울 거야. 양주 한 병과 잔 좀 가져오너라.”

그러더니 양주를 따라 자신이 먼저 한 잔 마시고 강도에게도 한 잔 권했다.

“자, 한 잔 받게. 마음이 좀 진정될 걸세. 나도 젊었을 때 어려웠던 적이 있었지. 남의 집이라도 털고 싶었어.”

인간적으로 대하며 솔직하게 대화를 시작하자 젊은이도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래, 수입은 얼마나 되나?”

“그냥…… 월급쟁이 정도는 됩니다.”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니 자기가 한 말이 우스워 도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집주인도 따라 웃고, 그 웃음에 딸들도 웃었다.

“숨어 있는 장점이 많은 젊은이군. 앞으로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돈이 모이면 조그만 가게를 열려고요.”

그러더니 젊은이가 갑자기 일어나 큰절을 하며 사과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집을 떠났다. 공감과 웃음이 강도를 진정시킨 것이다.

고객의 불만, 아랫사람의 원성, 상사의 질책을 받는 순간을 떠올려보라. 이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흥분한 사람에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바로 맞받아치면 싸움으로 발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차분한 공감과 맞장구로 불을 끄는 게 우선이다.

상대방에게 여유를 준 후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지면 그때 당신의 주장을 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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