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형제는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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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형제는 용감했다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4.01.0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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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초등학교 3학년 한 겨울 때의 일이다. 나보다는 4학년이나 위인 상급생 중학생 선배에게 대들었다가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한 마디로 눈 탱이가 밤 탱 이 되도록 맞았으니, 많이 맞았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내가 그 상급생에게 맞은 이유는 형이라 안 부르고 이름을 불렀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나는 어린 나이지만 형이라는 사람은 동생에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급생은 나이가 어린 동네 동생들을 괴롭힐 뿐이었다. 그러니 내가 형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었다. ! 000이라고 부르자, 그 선배의 주먹은 내 콧등과 눈을 과격했다. 피할 사이도 없었다. 싸움의 법칙 1) 선방을 날려라! 이런 것은 나중에 알게 된 것들이지만 아무튼 맞으면서 싸웠다. 씩씩!! 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눈 탱 이 밤 탱 이가 되어 있는 것을 4학년 위인 중학생 형이 본 것이다. 나를 때린 그놈 하고는 같은 학년이었다. 그런데 형은 순하기만 할 뿐 싸움은 안 해본 사람이다. 내가 4학년이나 위인 형 또한 이름을 부르면서 쫓아다니던 것은 형이 다른 선배들이 싸움을 걸면 형은 피하곤 했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누군가 싸움을 걸면 맞든 때리든 한바탕 싸움을 하곤 했다. 그래야만 속이 풀렸다.

그런데 누군가 시비를 걸면 싸움을 피하던 형이 나에게 누구한테 맞았냐? 고 물어보니, 나는 말하기도 싫어 아무 말도 안 했다그러자 말해하며 다구 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000 하고 싸우다 맞았다고 사실을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형은 바로 집에서 뛰어 나갔다. 힘으로는 000이 덩치가 크고 깡다구가 있는 000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뻔했다. 뛰어나간 형이 걱정이 됐다. 형을 뒤 따라 나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000집 앞에서 싸우고 있는 형을 발견하고는 둘이서 힘을 합쳐서 000을 두들겨 팼다. 형도 000에게 맞아서 코피도 나고 눈에는 멍이 들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우리 둘이서 합세하여 두들겨 때린 000이 울면서 치사하게 둘이서 공격하는 게 어디 있냐며 치사한 놈들이라고 욕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000은 형제가 없는 외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우리 형제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나는 누군가가 시비를 걸면 피하던 형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 일이 있은 후 꼭 형이라고 부르며 정중한 태도로 바뀌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형이 옳았던 것이다. 불필요한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급적 싸움은 피하며, 옳고 그름의 싸울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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