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붕어빵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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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붕어빵은 '정'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12.0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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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얼마 전 마트에 다녀오면서 기업정신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트 안에서 붕어빵 시식 행사를 하길래? 그 맛이 궁금해 시식을 해봤다. 빵이 찰지다. 하지만 즉석에서 먹는 붕어빵의 고소한 맛보다는 못했다. 물론 맛이라는 것은 사람 제각각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이다.

기업에서 만든 붕어빵이 어 맛있는데? 하는 사람과 나 같이 노점에서 팔고 있는 맛보다는 별로인데. 맛이란 게 매우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 멀거니 가격을 쳐다보는데 마트에서는 8개 들어있는 붕어빵이 6천원이 넘었다. 가끔 간식으로 붕어빵을 노점에서 사 먹곤 하는데,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은 두 개에 천원, 8개면 4천원이다. 금액에도 차이가 있고 맛도 차이가 있어 마케팅하는 직원에게 멋쩍게 용기를 내서 질문해 보았다. "맛과 금액,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과 차이가 있는데 비싼 이유는 물론 있겠죠?” 하고.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하죠, 저희가 파는 붕어빵은 재료도 틀리고 맛도 더 좋아요"

그 직원의 말에 대해 무어라 탓할 수 없는 즉답이었다. 맞다. 그 마케터의 말은 판매자로써 맞는 말이다.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나와 노점에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어 5000원어치 열 개를 포장지에 포장해달라고 했다. 붕어빵을 파는 노점 주인은 열 개를 담고 덤으로 하나를 더 담아 주었다.

"아이고 더 안 주셔도 되는데요" 붕어빵 노점 아주머니는 아녀요. 이런 게 정이지요" 겨울철은 군고구마와 군밤 그리고 붕어빵의 계절이다. 그렇게 많던 군고구마나 군밤을 팔던 노점 상인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을 파는 노점인 붕어빵을 기업에서 상술로 점유하려는 것을 보면서 소상공인들이 장사하도록 남겨 줄 것과 기업이 해야 할 것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가는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잃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업가적 정신이 아쉬웠다. 그리고 기업에서 제조·생산해 판매하는 붕어빵과의 맛의 차이를 두 가지 이유를 담아 나름 품평을 해봤다.

첫째가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은 즉석에서 만들어 팔기 때문에 고소하며 따끈하다. 이는 어느 제과점에서든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빵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맛있고 고소하다인기가 있는 제과점은 바로 만들어 놓고 파는 따끈한 빵이다.

두 번째 붕어빵은 노점 소상인들의 정이 담겨 있으면서, 먹으려는 소비자들 또한 추억이 깃들어져 있다이러한 것들은 상술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우리의 순수한 마음속에서 자리 잡은 것들이다. 기업에서의 이익을 위해 노점에서 판매하는 붕어빵까지 전략적 판매 마케팅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정 까지도 빼앗는 기업정신에 머리가 아찔했다.

기업이 가지는 정신은 무엇일까? 나름은 생각해 보았지만 더는 따지고 싶지는 않다.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대부분 이익을 위해 이렇게 흘러가니 말이다. 이익추구, 그러나 소상공인마저 무너진다면 우리의 정도 무너지는 메마른 세상이 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붕어빵을 파는 노점은 우리들이 나눌 정이 오고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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