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추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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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추석 단상
  • 김종대 기자  news3871@naver.com
  • 승인 2023.09.25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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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 중앙신문=김종대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은 그야말로 오곡백과 풍성한 수확 시기에 맞는 명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했다. 먹을 게 있으니 나눌 수 있는 마음도 컸다. 지금은 각자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겠지만,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설레었던 당시 마음이 생각난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 간절하다는 사람도 있고,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린 마음에 추석이 다가오기 전부터 설레었던 건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고, 설빔이라고 하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새 옷도 얻어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형편상 설빔 대신 양말 한 켤레 얻어 싣었던 일도 부지기수였다. 설빔과 양말 한 켤레 그것도 일 년에 딱 한 번 형편이 허락했어야 했다.

또 먹을 것과 선물 한 꾸러미를 들고 오는 반가운 손님들도 기다려지는 시기였으니, 얼마나 설레었을까 말이다. 시집간 누이도, 장가간 형도, 작은 아버지도 사촌형제들도 만났다. 서울로 공부하러 간 형과 누나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언제 오나 하고 마을 어귀에 무작정 나가 눈 빠지게 기다렸던 생각도 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 그윽해지고 눈가 눈시울 적셔지는 지금 세대들은 알지 못할 추억들이다. 아무리 설명해도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만나면 헤어지기도 섭섭해 울기도 했다. 추석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70년대 당시 서울은 모르지만 당시 시골마을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세배()를 드리곤 했다. 세배에는 웃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맛있는 약과와 사탕, 달달한 식혜를 얻어먹을 수 있다는 점도 먹을 게 귀했던 그 시절의 장점이었다. 술 좋아하는 어른들은 세배 후 차려 내오는 술상도 받아 마시기도 했다. 당시 우체국장으로 성공했던 동네 아저씨가 추석 때만 되면 마을 모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담배 한 갑씩 선물했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우리 마을엔 그 우체국장 아저씨 때문에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은 크게 성공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칭찬일색이었다.

지금은 사는 게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이런 모든 세시풍속 같은 게 사라진 지 오래다. 명절이라고 해도 어딜 맘대로 찾아갈 수 없다. 서로서로가 불편해하기 때문일 게다. 명절에 산소에서 만나 차례를 지내고 한 시간 이내로 헤어진다는 명절풍습을 만들어 지내는 사람들도 내 주변엔 상당수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길에 떠나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다. 필자의 친구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저희도 이번 추석엔 해외여행 한번 가시는 거 어떠냐고 여쭸다"가 혼쭐 났다고 이야기한 게 생각난다.

어떤 게 옳은 건지, 당시로 돌아갈 순 있는 건지,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상하게 변해있는 건 틀림없다는 거다밤새도록 울어댄다 해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추억이란 참 가슴이 깨질 듯 슬픔이 더 큰 것 같다. 아 내 마음속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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