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핵전쟁 대응훈련'이 주는 국민적 불안
상태바
[기자수첩] '핵전쟁 대응훈련'이 주는 국민적 불안
  • 김상현 기자  sanghyeon6124@naver.com
  • 승인 2023.08.22 06: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현 기자
김상현 기자

|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이 초기에는 위장평화 공세 및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을 활용한 선전·선동으로 공격하고, 국가중요시설을 공격해 국가기반체계를 마비시키며 궁극적으론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는 '3단계 남침론'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을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을지연습은 전쟁 발발 시 정부 기능 유지, 군사 작전 지원,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국가 총력전 수행 연습으로서 국가 비상 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을 언급했다. 을지연습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를 대비해 군사작전지원 등 국가의 총력전을 수행하는 연습으로, 국가 비상대비태세 확립을 위한 훈련이다. 1968년 김신조 등 무장공비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 '테러를 동반한 비정규전', '인터넷 공간서 벌어지는 사이버전', '핵 위협을 병행한 정규전' 등을 꼽으면서 민관군이 함께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이 전쟁을 벌일 거라는 가정 하에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다""이는 빠른 전시 전환을 방해해 본격적인 싸움도 해보기 전에 패배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북한이 핵사용을 불사한다는 전제 하에 북핵 대응훈련에 만전을 기할 것, 핵 경보전파체계의 국민 행동 요령 홍보 등을 소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아울러 올해는 6년 만에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까지 수행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대중매체를 통해 어느 때보다 핵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로 인한 핵 열풍이다. 광복절에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과학자 '오펜하이머''맨하튼 프로젝트'를 이끌어 원자폭탄을 개발한 과정과 그 이후 핵폭탄의 위험에 대해 발언하다가 '변절자'로 의심받아 청문회에서 고초를 겪는 일화를 다룬 영화다. 이 감독 특유의 시차를 넘나드는 교차 편집, 컬러와 흑백을 교차하는 시각 효과, 과학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인류에 핵폭탄에 맞먹는 영향을 미치는 듯이 울리는 웅장한 사운드 등 걸작으로 불릴 만한 영화다.

다만 사전에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다룬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참조한다면 이해가 더 풍부할 것이라는 평론가들의 분석이 나온다이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도 각종 매체와 SNS,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에서 '원자폭탄', '수소폭탄', '핵무기'에 대한 정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원폭 개발 이후 미국과 소련이 앞다투어 핵실험하면서 섬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하는 영상과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더 큰 파괴를 위해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그토록 경쟁을 했다고 한다. 인간들이 어떻게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단 말인가. 지금의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의 큰 부분은 그 당시 수도 없이 이어진 핵실험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다.

오펜하이머는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을 인용해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말년 그는 핵 억제를 위해 인류가 공동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도 대다수 관객들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을지연습이 시작된 이날 대통령의 '북한이 핵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언급에 다수 국민들은 당황하고 두려운 반응을 내는 등 불안한 분위기다.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국민대피 요령 등을 훈련한다니, 마치 핵무기가 한반도 땅에 사용된다는 전제를 한 것이 아닌가. 어찌 됐든 핵이 폭발하면 한반도는 공멸하는 것이다. 핵은 물론이고 전쟁은 이 땅에 더는 없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