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응급실 뺑뺑이’ 응급환자 안 받는 병원, 존재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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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응급실 뺑뺑이’ 응급환자 안 받는 병원, 존재 가치가 있을까
  • 송석원 기자  ssw6936@joongang.net
  • 승인 2023.06.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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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원 국장대우
송석원 국장대우

| 중앙신문=송석원 기자 | 소위 응급실 뺑뺑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소방 구급대가 생명이 위급한 상황의 환자를 응급차로 이송해 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병원에서는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퇴짜를 놓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구급차 안에서 환자가 생명을 잃는 사고가 많아진다고 하니 이쯤 되면 국가응급의료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환자는 많은데 의사는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또한 경증 환자들의 응급병상 차지가 문제라고 한다. 경증 환자의 응급병상 차지 문제는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응급실에 다녀와본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 경증환자가 오래도록 차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한 지역에 위급 환자들이 그 지역의 병원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많이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날 발생하는 위급 환자의 숫자보다 그 지역의 병원 숫자와 응급 병상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대형 재난사고가 아니라면 위급 환자보다 병상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이 맞다.

시민들이 보기에 소방구급대와 병원 의사들 간의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소방구급대는 119에 신고가 접수되면 전국 어디라도 즉시 출동한다. 그리고 구조 매뉴얼에 따라 응급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한다. 소방구급대가 늦게 출동해서 위급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언론보도를 수년 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환자들로부터 구조대원들이 폭행당했다는 안타까운 언론기사는 많이 봤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소방구급대원들의 활약과 사명감이 대단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최근 소방구급대원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살리는 일이 본연인 병원에서는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환자인 응급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라면 존재 가치가 있긴 한 것일까. 응급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은 어떤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일까. 위급 환자를 살리려는 구급대원들이 여러 곳, 심지어 수십여 곳의 병원에 전화를 돌려도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다수라고 한다. 결국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는 구급차에서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길 위에서 숨진다. 전시 상황도 아니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은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병원의 상태를 따져 물어봐야 한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는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상태에 놓인 위급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병원들을 상세히 긴급 점검해봐야 한다. 살리려는 소방구급대원들과 비교해 그 병원들의 인명 구조에 대한 사명감이 떨어지는 것인지 여부를 파악해봐야 한다. 병원이 병원인 이유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위급 환자야 말로 병원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위급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병원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사 숫자가 없다고들 한다. 그래도 응급 환자 치료를 위해 의사 숫자를 늘리거나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야 하지 않을까. 위급 환자가 온다고 할 경우 해당 병원은 경증 환자를 다른 병실로 옮기고 적극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길 위에서 숨져가는 생명들이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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