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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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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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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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숭산 스님이 제자에게 물었다.

“눈[雪]은 무슨 색이냐?”

“흰색입니다.”

“틀렸다.”

“네?”

“눈한테 물어보거라.”

“눈이 어찌 대답합니까?”

“그것이다. 네가 흰색이라 한 거지, 눈이 스스로 희다고 한 적이 없지 않느냐?”

우린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다.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판단한다.

“눈은 흰색이야.”

“별은 하늘 위에 떠 있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하여 실제 체험에 앞선 주관적 가치 판단을 우리는 선입견(先入見)이라 부른다. 사물, 사항, 인물 등에 대해 형성되는 고정적이며 변화하기 어려운 평가 및 견해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 보아왔던 세상의 모습에 따라 판단하기 마련이다. 선입견이 굳어지면 편견(偏見)이 되고, 객관적 사실이 왜곡 인지되어 그 모순을 깨닫지 못한다. 인종적 편견, 사회적 편견 등은 대부분 선입견에 기인한다. 그것은 버려야 할 대상이지만 그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인간은 공통점 대신 차이점을 찾는 데 더 익숙하다. 그러고는 분리의 길로 들어선다. 끊임없이 나와 남을 분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은 분리감이다. 아기들은 엄마가 없으면 난리가 난다. 엄마가 우주고 하늘이며 신이다. 엄마 자궁 속에 있을 때는 절대 천국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낯선 환경에 떨어진 게 서러워 울지 않는가. 이 분리 체험으로 인한 아픔은 평생 간다. 분리의 고통이 너무 크기에 인간은 누구나 자궁회귀본능이 있다.

그 분리감을 극복하고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모인다.

“동창회 모여라.”

“재경 향우회 모임 안내.”

“배드민턴 초보회원 환영.”

친구들이 모이고 친척이 모이고 동아리 회원이 모인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다투고, 편이 갈리고, 분열된다. 겉으로만 하나된 조직은 분리감을 극복하기도 어렵다.

여기서 넌센스 퀴즈 하나!

흑인이 칼에 찔리면 어떤 피가 흐를까?

1. 까만 피

2. 빨간 피

정답은 당연히 2번 빨간 피다. 바늘로 살짝만 찔러도 붉은 피가 나온다. 백인이나 흑인이나 동양인이나 피의 색깔은 같다. 물론 몸 속의 장기도 똑같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그런데 이제는 돼지의 장기를 사람이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의 비슷한 세포구조를 가졌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초파리와 인간의 염색체가 약 95퍼센트 이상이 같다고 한다.

집 마당에 있는 민들레는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꽃봉오리를 모은다. 그리고 햇빛이 비치면 꽃잎을 펴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나도 해가 떨어지면 차가운 밤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목도리를 두르고 해가 나와 더우면 옷을 벗는다. 민들레나 나나 지구에 살면서 태양 눈치 보는 삶을 사는 건 매한가지다.

성 프란체스코는 만나는 모든 사람, 동물, 식물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염소야, 밥 먹었니?”

“장미야, 겨울 동안 너를 못 보아 섭섭했단다. 더 예뻐졌구나.”

“종달새야, 넌 목소리가 진짜 죽인다. 멋져.”

그는 흑인이든 염소든 장미든 종달새든 모두 한 운명, 한 영혼이란 걸 알았다. 염소가 죽는 환경에선 사람도 죽는다. 장미가 사라지면 사람도 사라진다.

겉(다름)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고, 속(같음)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문화, 다른 종교, 다른 지역, 다른 인종을 배척하면 분란, 전쟁, 갈등이 일어난다. 이런 가치관으로 사는 건 고립인생이다. 결국 자기 손해다. 항상 불안하고 마음에 평화가 없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과 당신의 차이점을 적어보라.

나이, 성별, 고향, 외모, 재산…….

이번엔 그와 당신의 공통점을 적어보라.

인간, 숨 쉬고 있음, 유머, 웃음, 지구인, 한국인, 두 눈, 두 귀, 외로움, 사랑받기 원하는 것…….

차이점으로 생기는 건 두려움, 외로움, 열등감, 고정관념 등이며 공통점을 추구하여 생기는 건 사랑, 기쁨, 유머, 웃음, 감사, 하나됨 등이다. 어떤 인생을 선택하든 당신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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