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중앙신문 |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민식이법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학부모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대전 스쿨존에서 9살 어린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부딪혀 숨진 이후 운전자 편의만 고려한 완화책이라는 비난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속도제한 정책이 보행자 통행량, 도시 내 지역적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경직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스쿨존 내 시간대별 탄력적 속도제한 운영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온종일 시속 30㎞로 속도가 제한되는 스쿨존의 규제를 어린이가 통행하지 않는 시간대엔 탄력 운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스쿨존 사고가 어디 시간을 정해놓고 발생하는 것인가. 속도를 제한해도 사고가 나는 판에 시간대별 속도제한을 완화한다니 자가당착적 발상이다.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도 휴일에 발생했다. 등하교 여부와 관계없이 애꿎은 어린이가 변을 당한 것이다.
스쿨존 내 시간대별 탄력적 속도제한과 연관성을 짓기에 충분한 사고다. 더군다나 가해 운전자는 면허취소 수준 음주 상태였다. 때문에 예산이 소요되는 안전시설 강화에는 손을 놓고 운전자 부담만 낮추려는 정부의 발상은 옳지 않다. 현행 민식이법에는 차량 운행 제한에 관한 부분만 있지 방호 울타리인 안전 펜스 설치 의무가 없다. 다만 스쿨존 어린이 보행자를 막을 수 있는 펜스를 우선 설치하거나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련 조항은 임의 규정으로 있다. 대전 스쿨존 사망사고가 난 8일 이후 국민신문고에는 ‘스쿨존에 펜스를 설치해달라’는 청원 글이 100개 이상 올라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월 7일 스쿨존 내 모든 도로의 자동차 통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2018년 3명이던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자 수를 오는 2022년 0명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지난 8일 대전 스쿨존에서 9살 어린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그런데도 ‘민식이법’을 손보겠다고 한다. 어린이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법을 더 강화하고 단속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기존법 완화 재검토라니 언어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