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고 관계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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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고 관계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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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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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악처인 것은 새삼 밝힐 것도 없이 유명한 이야기다. 남편은 만인이 존경하는 대 철학자였지만 아내는 천하의 순악질 여사였다. 걸핏 하면 욕에, 손찌검에…… 정말이지 너무나 안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처복이 없다고 위로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허허, 모르는 소리! 좋은 마누라를 얻으면 단지 행복한 남자지만 악처를 얻으면 위대한 철학자가 된다네!”
사나운 아내는 소크라테스에게 부끄러움이었다. 허나 그 단점에 유머가 첨가되는 순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악처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된 것이다.
단점이란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다. 강의 중 만나는 사람마다 고민을 이야기할 때면 자신의 단점부터 늘어놓는다. 가방끈이 짧다, 가난하다, 배경이 없다, 내성적이다, 장애가 있다, 인기가 없다, 이름이 이상하다, 나이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름 콤플렉스가 있었다. 김진배. 좀 박력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철’이나 ‘준’ 자가 들어가는 남자다운 이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김진배가 어때서! 받침을 빼면 기지배. 기·지·배 강사. 그렇게 말하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쉽게 기억했다. 강의가 업인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 홍보 효과가 높은 이름이 어디 있는가. 바꾸어 생각하니 일 년에 수백만 원 이익을 가져오는 효자 이름이었다.
필자가 유머센터에서 6개월 훈련시킨 강사가 있다. 장길수. 68세의 시각 장애인1급이다. 처음엔 무대 서는 것을 겁내했다. 유머로 무장한 지금 복지관 어르신들을 울리고 웃기는 최고 스타강사로 변신했다. 신입회원들이 물었다. “시각 장애가 있는데도 어찌 그리 사람들을 휘어잡으세요?” 장강사가 능청맞게 한마디한다. “무대가 잘 안 보이니까 무대공포증이 없구요, 사람들이 잘 안보이니까 대인공포증도 없어요. 오히려 시각장애가 감사해요.”
얼마 전 한 회사의 조찬 강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강의를 막 시작했는데 한 사람이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동료들이 그를 발견하고 킬킬 웃어댔다.
“지각이시군요. 3분씩이나.”
내 한마디에 그의 얼굴은 서해안 일몰보다 더 붉어지고, 몸은 거의 기역자로 꺾여버렸다. 이어지는 반전의 한마디.
“저런 분이 성공합니다. 3분이야 지각도 아니죠. 30분 지각한 사람에 비하면. 박수를 쳐드립니다!” 지각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사장은 회사 망신 주는 지각생이 밉다. 강사는 강의 분위기가 산만해지는 것을 걱정한다. 그러한 때에 웃음이 터지자 지각생과 동료 직원, 사장님, 강사의 관계가 다 살아났다. 부정적 요소가 유머를 만나니 박수와 칭찬이란 긍정적 상황으로 바뀌었다. 지하철에 남자 세 명이 탔다. 한 남자가 뚱뚱한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친구는 꼭 두 사람 좌석을 차지한다니까. 자네 부끄러운 줄 알라고.” 그러자 뚱뚱한 남자의 얼굴은 금세 홍당무가 되었다. 이때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말했다.
“그런 소리 말아. 이 친구가 자리를 양보하면 한 번에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잖아!”
“나이가 많다고? 마흔이 넘어서 속상해? 괜찮다. 쉰 넘은 사람도 있는데 뭘. 쉰이 넘었다고? 젊었을 때 실컷 즐겼을 거 아냐? 예순이 넘었다고? 예순 넘게 산 사람이 인류 역사상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복중에서도 센 복 받은 거다. 한 턱 내야 한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말이다.
단점만 바라보면 누구도 세상으로, 사람들 속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유머가 있다면 당신의 단점은 장점으로 바뀌고, 약점은 강점으로 바뀐다. 생각만 바꾸면 된다. 유머가 있어 단점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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