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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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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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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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스티비가 자신의 뛰어난 청력을 이용해 교실의 쥐를 잡자 선생님이 칭찬했다.
“스티비, 나는 네가 부럽구나.”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거예요?”
“아니란다. 올림픽 금메달 한 개가 은메달 10개보다 나은 거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저 그런 시력과 그저 그런 청력을 가지고 있지만, 넌 최고의 청력을 가지고 있잖니.”
선생님의 격려 덕에 스티브 모리스는 최고의 가수 겸 작곡가인 스티비 원더가 될 수 있었다. 스티비 원더는 흑인이다. 게다가 시각장애를 가졌으니 사람들에게 무시당할 나쁜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좌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선생님의 칭찬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칭찬은 힘이 있다. 더구나 그 칭찬이 막연한 게 아니라 충분한 근거가 있는 칭찬이라면 더욱 그렇다. 청력 한 가지라도 월등하면 다른 나쁜 조건을 대신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물론 청력을 금메달에 비유하는 유머 센스가 설득력을 더욱 높였고, 스티비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이겨내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심리학자 로젠탈(T. L. Rosenthal)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어린이 지능 향상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테스트입니다(사실은 거짓말)”라고 설명을 해놓고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20퍼센트 정도의 아이를 뽑아놓고 “이 아이들은 앞으로 지적 발달이나 학업이 틀림없이 급상승할 것입니다”라고 선생님에게 결과 보고를 해주었다. 보고 후 8개월이 지난 다음, 지난번과 같은 테스트를 하고 결과와 비교해 보았다. 그랬더니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던 아이들의 지능이 다른 아이들의 지능에 비하여 현저하게 향상되었음을 발견했다. 그 아이들은 무작위로 선정한 아이들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20퍼센트의 아이들은 학업 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더욱 정성을 들이고 칭찬한 결과 나타난 변화이다. 선생님의 관심과 칭찬이 아이들의 학습 태도를 변화시켰고, 결국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한 대학교에서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내가 강의실 앞쪽에 앉아 있자 조교는 학생인 줄 알았나 보다. 출석 체크를 하려다 내 얼굴을 보곤 갑자기 공손하게 돌변하는 게 아닌가. “아, 강사님이시군요.”
“아니, 내가 그리 늙어 보여요?”
그러자 조교는 웃으며 받아쳤다.
“강사님, 뒷모습은 20대세요.”
앞모습은 중년이지만 뒷모습이 20대라. 그래도 이게 어디냐. 뒷모습까지 중년인 것보단 낫지 않은가. 재치 있는 칭찬을 들은 나는 당연히 최고의 강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넌 능력 있어” “참 대단하구나” 이러한 칭찬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근거 있는 칭찬을 할 때 진정성이 전달되고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도저히 칭찬 거리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때는 유머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가족이 그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초등학생 딸아이가 스쿨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아빠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딸이 말하는 방향에 따라 운전을 했다. 그런데 몇 차례씩 방향을 바꾸면서 20분 후에 학교에 이르고 보니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였다. 왜 그렇게 빙빙 돌게 길을 알려줬느냐고 화를 내는 아빠에게 딸이 말했다.
“아빠, 난 이 길밖에 몰라요. 스쿨버스는 언제나 이렇게 다녀요.”
당신이 아빠라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너 기억력 대단하구나.” (칭찬형 아빠) “자가용과 스쿨버스도 구별 못 하냐!” (비난형 아빠) 당신의 말은 상대의 귀에 겨우 도달하는가, 아니면 가슴까지 파고 들어가는가? 머리로 하는 말은 힐링효과도 소통 효과도 내지 못한다. 유머와 칭찬은 가슴으로 하는 말이기에 소통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조자룡은 홀로 적진에 들어가 유비의 아들을 구출해 품에 안고 대군과 싸웠다. 칼이 부러지면 다른 병사의 칼을 빼앗아 싸우고 또 싸웠다. 평상시 유비는 틈만 나면 조자룡을 칭찬했다. 그의 무예, 충성심, 인품을. 인정받은 장수가 주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구출한 아기를 유비에게 전하자 유비는 자신의 아들을 땅에 집에 던졌다.
“네 놈 때문에 귀한 장수를 잃을 뻔했구나.”
죄 없는 아기한테야 미안하지만 조자룡에겐 엄청난 칭찬이었다. 감격한 조자룡은 엎드려 울었다. 그 아기가 자라 훗날 촉의 제2대 황제가 되었고 그 역시 틈만 나면 조자룡을 칭찬했다.  “그 옛날 장군 덕에 내가 살아났습니다.” 삼국지를 통틀어 최고의 무장인 조자룡. 칭찬이 그를 만들었던 것이다.
조직의 리더가 선택할 수 있는 당근은 여러 가지다. 돈, 승진, 휴가, 복지……. 하지만 모두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아 함부로 사용하기 힘들다. 그에 비해 칭찬은 원가가 전혀 들지 않는다. 경제 감각이 있는 CEO는 칭찬을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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