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 인천 송도를 영어통용도시로...찬반논란 불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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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기획] 인천 송도를 영어통용도시로...찬반논란 불거지나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01.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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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시장 ‘공약’ 송도 영어통용도시 시동
시 조례 입법예고 추진 소식에 찬반 엇갈려
성공사례 없는 영어통용도시, 이번엔 ‘성공’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편집자주]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영어통용도시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인천시는 외국계 기업과 외국인학교 유치가 필요한 경제자유구역(IFEZ)의 경우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아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외국인 거주 공간이 아닌 대한민국 영토 내 도시 안에서 영어 사용을 의무적으로 정한 사례가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말 그대로 영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반대 여론도 높다. 이런 가운데 한글 단체를 중심으로 유년기 아이들이 강제로 영어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천시를 상대로 한 집단 반대 움직임도 예상된다. 인천지역은 과거에도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례제정을 준비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또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영어 사용을 조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실패한 경우가 있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본격화되는 인천시의 영어통용도시 조성 시도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청)
인천 송도 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청)

# “유정복 시장 공약송도 영어통용도시 시동 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에서 영어 사용을 공식화하는 영어통용도시 조성에 시동을 건다. 이는 지난해 6월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의 송도지역 공약이기도 했다. 외국계 기업과 대학 글로벌캠퍼스 등이 밀집한 송도지역의 경우 전체 거주인구 194576명 가운데 외국인은 4478명으로 전체 인구의 2.3% 수준이다.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는 1520명으로 구성되며 인천시장의 자문기관으로 영어통용도시 지정과 시범운영 방안 마련 등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도시 내 영어 사용 범위나 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영어통용도시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립하는 역할도 맡게 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청은 송도지역 영어통용도시 사업을 위해 행정복지센터·교육지원청·국제기구·글로벌캠퍼스·국제학교 등과 협조 체제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는 내부 보고문서의 제목·소제목과 일부 내용을 영문으로 표기하라고 소속 직원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인천경제청은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조례제정 등 사업 근거 규정 마련, 위원회 구성 등을 마치고 기본계획을 수립, 보완·수정해갈 계획이다. 사업은 송도국제도시에서 먼저 추진되며, 앞으로 영종과 청라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도 세우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송도를 시작으로 영종·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영어통용도시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환경을 만들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기본 개념도 없는 영어통용도시, 실현 가능할까?

그러나 국내에는 여전히 영어통용도시라는 기본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례 개정을 통한 영어통용도시 지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실제로 인천시는 유 시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9송도국제도시 영어통용도시 지정 및 시범운영 방안 연구용역 기본계획연구용역을 발주하고자 했지만, 인천시 용역심사위원회로부터 재검토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용역심사위는 타 시도 실패 사례, 부산시 사업 추진 관련 주민 반대사례, 이미 정주 여건 개선 관련 지원 금액이 많은 점 등을 들어 해당 용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결국 인천시는 용역 없이 인천경제청 자체 조례제정을 통해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국내에 기본 개념도 없는 영어통용도시 조성을 연구기관의 검증(용역발주)조차 없이 강행하는 모양새여서 사업 성공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 조례 입법예고 추진 소식에 찬반 엇갈려

새해 초부터 인천경제청의 영어통용도시 조성 강행을 두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통 송도국제도시 거주 주민들은 찬성하는 경우가 약간 우세하나, 다른 인천지역이나 한글 단체 등은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네이버 커뮤니티인 올뎃송도에 게시 글을 게시한 주민은 송도가 국제도시를 추구하는 지역인데 영어 통용은 기본적인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영어통용구역이 되면 아이들의 외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인 거주 여건 강화는 외국계 기업 유치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반면 다른 주민은 취지는 좋은 정책이고 동감은 가지만 좀 더 구체화한 내용이 있어야 주민들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글 단체들은 인천시 조례안의 입법예고 기간 중 반대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분명한 반발 움직임을 보인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외국인을 상대로 소통 여건을 개선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내국인까지 강제로 영어환경에 노출되게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실패 사례가 있는데도 다시 비슷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공개적으로 의견 표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성공사례 없는 영어통용도시, 이번에는 자리 잡을까

특정 지역에서 영어 사용을 강제하는 영어통용도시 조성하려는 움직임은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여러 차례 있었다. 인천의 경우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재임 시절이던 지난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사업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부산을 꼽을 수 있다. 부산시는 최근 영어하기 편한 도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수준의 영어 교육과 소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총 7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구축에 나선다.

부산시는 외국인 정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이 다수 방문하는 기관부터 영어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시민 공감대 확보를 위해 시민 자문단과 영어 소통관을 운영하고, 영어교육 우수학교를 시범 지정할 계획이다. 원어민 교사 지원도 대폭 확대하는 등 교육 현장의 준비도 추진한다. 이런 가운데 인천경제청은 조례안 입법예고 이후 오는 25일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영어통용도시 조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환경을 만들어 도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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