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주의 꽃’ 선거 훼손한 선관위, 해체 수준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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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주의 꽃’ 선거 훼손한 선관위, 해체 수준 개혁해야
  • 장은기 기자  jangeungi15@gmail.com
  • 승인 2022.03.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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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기 기자)
장은기 기자

| 중앙신문=장은기 기자 | 20대 대통령선거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 절차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엉터리 선거관리였다.

확진자와 격리자들은 매서운 추위에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명분 아래 실외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기표했고, 그 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선거사무원이라는 중간 전달자에게 건네줘야 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대리 투표함 투입’ 방식을 채택했다고 선관위는 변명하고 있다. 직접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기표만 하고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투표용지를 건네준 것이다.

이럴 거면 확진자 집집마다 돌면서 기표된 투표용지를 걷어서 대리로 투표함에 투입할 것이지 뭐하러 투표장소까지 불러냈느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친목모임 리더를 뽑는 투표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국제적 망신이다.

이번 난리가 빚어지기 전부터 일각에서는 확진자가 정점으로 치닫자 ‘과연 제대로 투표가 이뤄질까’라며 음모론에 기댄 부정선거론을 퍼뜨려왔다.

확진자 선거 투표 방식 논란으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음모론은 탄력을 받았고, 여차하면 선거 결과에 따라 승복을 하지 않을 빌미를 선관위가 마련해준 것이다.

부정선거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명백한 부실선거다.

그럼에도 선관위원장은 책임감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고 시간끌기하고 있으며, 선관위 직원들은 직장인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 등을 통해 “지방직 공무원들이 일을 잘 못해서 그렇다”는 등의 책임회피를 시도하는 등 총체적 파국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며, 국민 누구나 투표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라의 가장 큰 일을 해야 할 일꾼을 뽑는 대통령선거 투표 방식이 마치 이승만 정권 시절처럼 운영됐다는 사실에 온국민들이 충격 받고 있다.

사전투표 혼란으로 인한 부실선거관리는 각 당의 지지자들을 더욱 감정적으로 격화시킨다. 대립과 갈등은 강도가 거세지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것이 몇 년이 걸릴지 벌써부터 혼란스러운 정국이 눈앞에 선연하다.

선관위라는 조직을 해체하는 강수를 강행하더라도 이번 일의 기획자와 실행자들을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를 무참히 짓밟고, 투표라는 시스템을 무너뜨린 그들은 주권 침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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