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치되고 있는 석면 ‘스레트, 전수조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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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치되고 있는 석면 ‘스레트, 전수조사 시급’
  • 강상준 기자  sjkang14@naver.com
  • 승인 2021.10.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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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준 기자
강상준 기자

| 중앙신문=강상준 기자 |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못해 무지에서 오는 행동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1급 발암물질 석면 덩어리였던 스레트에 구워 먹는 삼겹살 이야기다.

30년 전쯤엔 시골이나, 공사장 등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양쪽에 괜 돌에 스레트 쪼가리를 흔들이지 않게 올려놓으면 삼겹살 구워 먹기에 안성맞춤인 훌륭한 구이판이 된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스레트에 깊이 파인 골였다. 이 골은 지붕에 설치되면 비 오는 날 비를 잘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골은 지붕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삼겹살이 구워지면서 나온 고깃기름도 잘 흐르게 한다. 이골을 타고 흘려 내려가 고기에 기름이 쫙 빠져 고기 맛이 기막혔었다. 최고의 맛을 표현할 때 쓰는 말 스레트 삼겹살은 딱 기막힌 맛이었다.

지금도 그때 고기를 같이 구워 먹던 시골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가 그때 왜 그랬지하면서 스레트 삼겹살 구이를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은 다행히 건강에 이상이 없어 추억이 됐지만, 지금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 창피해서 이야기 꺼내기도 좀 그런 이야기이긴 하다.

지금도 시골 마을에 가면 시골집 일부 창고 지붕은 스레트로 되어 있는 곳이 많이 있다. 깨지지만 않으며 석면이 노출되지 않아 별다른 피해가 발생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30~40년 전에 설치된 스레트 지붕 곳곳에 금이 가고 깨져 방치되고 있는 곳이 어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눈에 잘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이렇게 금이 가고 깨진 곳은 그대로 방치되면서 시골 주민들의 건강에 피해가 된다는 걸 예상하는 건 무리도 아닐 거다.

또 처리방법을 잘 모르다 보니, 자체 수리하면서 남은 일부 스레트를 재활용하기 위해 집안에 쌓아두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쌓아둔 스레트들은 시골집의 마당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금가고 깨지는 건 당연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 부분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금도 많은 시골 사람들은 스리트로 된 창고지붕을 철거하거나, 새로 지을 때만 처리하면 되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홍보도 필요해 보인다.

시골 주민들이 오래된 스레트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는 곳이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빨리 선제적인 전수조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수조사에 나서는 것이 기본적인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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