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파주시 ‘마을버스 준공영제’ 뭐가 다른가?…혹독한 ‘코로나19’에도 마을버스는 ‘씽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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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파주시 ‘마을버스 준공영제’ 뭐가 다른가?…혹독한 ‘코로나19’에도 마을버스는 ‘씽씽’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1.04.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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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 버스 교통소외지역 등 노선 효율화, 마을버스 승객 감소로 인한 손실금 지원
운행은 더욱 늘리고, 서비스는 더 올리고·시민이 평가…친절 기사에 230만원 지급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요즘, 지난해 10월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운송업체는 경영의 부담 없이 버스 노선을 운행하고, 시민들의 이동권이 한층 개선돼 여타 지자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파주시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행식. (사진제공=파주시청)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요즘, 지난해 10월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운송업체는 경영의 부담 없이 버스 노선을 운행하고, 시민들의 이동권이 한층 개선돼 여타 지자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파주시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행식. (사진제공=파주시청)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엄습해 오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전국 곳곳에서 시내버스는 물론 마을버스업계까지 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지자체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15.9%(12억건) 감소했다. 일부에선 승객이 감소하자,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고 운전기사의 인원을 줄이거나, 임금까지 체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와는 정 반대로 오히려 마을버스를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지자체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을버스가 예전보다 더 자주 운행되고, 더 깨끗하고, 운전기사도 더 친절해지는 등 더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기사는 물론, 운수업체 사장까지 요즘 같으면 살 맛 난다며 웃게 만든다는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가 그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요즘, 지난해 10월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운송업체는 경영의 부담 없이 버스 노선을 운행하고, 시민들의 이동권이 한층 개선돼 여타 지자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제도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99대 마을버스 더 일찍, 더 자주, 더 깨끗하게관리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느껴요. 혹시 급여를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도 없죠. 안전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파주시에 감사드려요.”

마을버스 092번 운전기사 A씨는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대형 운송그룹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아무리 40여년 간 운전대를 잡은 베테랑이라한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촉탁계약직이었던 그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다행히도 평소 알고 지낸 운송업체 사장의 제안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난해 1017일부터다.

A씨는 그때부터 092번 운전대를 잡고 백학에서 적성전통시장을 이동하며 매일 친절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승객을 만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버스업계가 힘들다. 다들 매달 가져가는 급여가 적다고 한다. 나는 급여 걱정 않고 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A씨가 근무하는 운수업체를 포함, 마을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9개 업체(33개 노선, 99)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버스 수익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당초 계획보다 23.5% 많은 재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어 업체는 한시름 덜었다.

대신, 시에선 버스 배차 간격을 더 줄이고, 시민들을 위해 교통소외지역의 노선 신설 등 개편을 진행했다. 첫차 시간은 앞당기고, 막차 시간도 늦췄다. 마을버스 디자인도 산뜻하게 바꿨다. 버스 내 청결도 더 신경썼다.

이처럼 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전국 최초로 차량운행은 운송업체가, ‘노선조정권한은 시가 담당하는 민영제공영제의 혼합 형태다. 버스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확보키 위해 전문적인 차량운행은 전문업체가, 재정지원과 서비스 및 운영 관리는 시에서 총괄한다는 개념이다.

기존에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을 비롯해 7대 광역시와 제주도,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해 왔지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이란 점 외엔 규모나 운영방법에서 차이가 크다. 부산광역시 기장군과 강서구가 마을버스를 통합관리제로 시행하지만, 제도나 운영방법을 규정하지 않아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자체적으로 조례와 협약, 지침, 표준운송원가 산정기준을 마련했다. 준공영제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했다는 점에서도 전국 최초다.

그렇다면 파주시가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을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시행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파주시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파주시는 도농복합도시로 서울시의 1.1배 정도로 면적이 넓다. 면적이 넓다는 것은 버스 운행의 효율이 낮다는 의미로, 교통취약지역에는 민간 운송업체가 버스운행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 시민들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률도 낮다. 파주시의 버스 이용률은 21%로 주변도시인 고양시 25.3%, 양주시 24%에 비해 낮다.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비교해 보면 고양시는 40.5%, 김포시 31.3%로 늘어나지만, 파주시는 28.2%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영세해 교통취약지역을 운행하는 것을 꺼리거나, 운수종사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선 마을버스의 노선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마을버스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등 준공영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최종환 시장의 판단이었다.

역시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마을버스 준공영제 사업이 시행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시민들의 반응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종환 파주시장. (사진제공=파주시청)
최종환 파주시장. (사진제공=파주시청)

# 시민이 인정한 마을버스의 변화혜택은 운전기사에게

파주는 다른 지역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훨씬 친절해요. 여행을 다니다보면 불친절하다 못해 욕을 하는 기사분도 만나곤 하는데, 파주는 달라요. 매일 보는 얼굴인데 최근 들어 더욱 친절해진거 같아요.”

고등학생 시절엔 학교를, 요즘엔 아르바이트를 위해 같은 마을버스 078번을 탄다는 20B씨는 파주시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민평가단(이하 시민평가단)이다.

그는 최근 078번을 타는 출근길이 늘 즐겁다고 말한다. “버스 안엔 언제나 사람들로 붐벼 손잡을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준공영제가 시행된 후 한산해져 이용하기 편해졌다배차 간격이 짧아져 승객이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퇴근시간에 배차간격이 확실히 짧아졌다차가 자주 오니까 이전보다 여유있게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행을 자주 다녀봐서 아는데, 다른 지역엔 욕을 하는 등 불친절한 기사분도 많은데, 파주엔 단 한명도 없다준공영제 전엔 간혹 있었으나 달라졌고, 변한거 보니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또다른 시민평가단 60C씨도 대부분의 기사들이 친절하지만 더 잘하시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특히 코로나 시국인 만큼, 이전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기사분들도 준공영제 이후엔 마스크를 잘 쓰는 등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잘 됐다고 평가했다.

시민평가단 40D씨는 파주로 이사 온 뒤, 10년 간 마을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면서도 준공영제 후 확실히 깨끗해졌다. 특히 배차간격이 달라졌다. 오후 3시만 되면 마을버스가 오지 않아 이동이 힘들었는데 이젠 오후에도 자주 오고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평소 마을버스를 이용한 시민으로 구성된 평가단 99명은 마을버스가 준공영제로 전환된 이후 빠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시민평가단이 지난 120일부터 2월 말까지 총 500회에 걸쳐 준공영제를 도입한 마을버스 99대를 직접 이용하면서 평가한 결과 배차시간 준수’, ‘복장태도’, ‘노선도 및 안내방송등이 90점으로 높았다. ‘무정차 여부’, ‘운전태도80점 후반을 기록했다.

시민평가단은 10대부터 70대까지, 주부·회사원·대학생·교사·자영업자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졌고, 거주하는 지역도 달랐다. 직접 마을버스의 변화된 모습을 관찰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시민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마을버스가 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시는 마을버스 준공영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기적인 평가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평가는 운수업체 및 운전기사 등에 대한 절대평가와 시민평가 등을 토대로 하위 20% 차량에 대해선 업체별·차량별 친절교육 및 차량관리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운전기사의 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해 상·하반기에 걸쳐 친절 운전기사를 선정하고, 최대 230만원의 인센티브를 운전기사에게 직접 지급할 복안이다.

이처럼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마을버스 운송업체는 시로부터 부족한 운송수입금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신 시민에겐 더 친절하고 정확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는 시민에게 필요한 노선으로 조정하고 평가 등을 통한 서비스 질 관리를 하고 있다. 이에 기사 뿐 아니라, 운송업체의 만족도도 높다.

운수업체 사장 E씨는 준공영제 이후 배차간격을 40분에서 20분으로 단축하고,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를 포함해 운전기사들 가족까지 다 먹고 살 수 있게 돼 시장님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마을버스가 파주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늘 깨끗하고 친절하게 관리해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6월 2일 열린 파주형 준공영제 이행 협약식. (사진제공=파주시청)
지난해 6월 2일 열린 파주형 준공영제 이행 협약식. (사진제공=파주시청)

# 지하철처럼 정시 운행시민에 균등한 서비스 제공

이 뿐 아니라, 파주에선 지하철처럼 정류소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마을버스도 볼 수 있게 된다. 마을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이후 대부분의 버스 운행간격은 짧아졌지만, 일부 교통소외지역의 16개 노선 30여대는 배차간격이 30분 이상으로 길다. 한번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지역의 마을버스는 정시성이 적용돼 시민들이 버스 운행시간표를 보고 필요한 시간대에 맞춰 승차할 수 있다. 이미 마을 정류소와 SNS, 지역 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안내된 운행 시간표대로 버스 운행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파주시가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은 모든 시민이 균등한 교통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환 시장은 서울과 파주를 잇는 대동맥 역할을 하는 서울-문산 고속도로가 개통됐고, GTX-A 노선과 경의중앙선 확충 등도 추진하고 있다마을과 마을을 잇는 모세혈관과 같은 마을버스를 준공영제로 안정적으로 운영해 시민들의 이동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장기적으론 신설 노선은 도심과 농촌 등 지리적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운정3지구와 같은 도심은 노선 입찰형으로 전환하고 적성, 파평과 같은 농촌지역은 수요 응답형으로 전환해 마을버스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론 모든 시민이 편리하게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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