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검찰개혁 '원칙·정도' 새겨봐야
상태바
여당, 검찰개혁 '원칙·정도' 새겨봐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12.06 1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을 비난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논란에 대해 무소불위 권력의 검찰이 이제 민주적 통제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흔들림없이 전진하겠다"고 피력했다.

옳은 말이다.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란 비아냥거림이 있을 정도로 민주화 이후에도 권한을 강화하며 막강한 권력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다. 추 장관이 새삼 상기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 때도 국민들은 한편으로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검찰수사 역시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하며 검찰개혁을 지지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로 촉발된 최근 상황은 이와는 다르고, 여론도 싸늘하기만 하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조치를 민주적 통제라고 하지만 다수 국민은 월성원전 수사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각한다.

여권은 월성원전 문제를 통치행위에 속한다며 검찰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책판단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를 파기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통치행위라 우기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이를 통치행위로 인정케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모든 정책의 집행은 법규를 초월해 집행할 수 있고, 이번처럼 정책관련 자료와 통계를 조작, 또는 파기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개혁을 하려면 명분이 중요하다. 그래야 여론의 힘을 얻어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이 개혁돼야 할 것들로 '인권침해'와 '제 식구 감싸기', '편파적인 검찰권 행사' 등을 들었는데, 중요한 것이 하나 빠졌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수사'다.

검찰 권력이 지금처럼 비대해지고, 기득권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정치권력과 결탁해 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또 다른 이름, '정치검찰'은 그렇게 해서 얻게 된 부끄러운 꼬리표다. 그래서 이 문제를 극복치 못하면 검찰개혁은 무의미하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 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월성원전 관련 수사를 하는 데 대해 문제를 삼는다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여권의 자기모순이다. 검찰수사를 인정해야 하고, 수사 의도가 무엇인지는 다음 문제다.

여권이 절대과반의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이번에도 검찰개혁이 실패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개혁은 어려울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출발이 군 개혁이라면 권위적 권력기관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검찰개혁은 그 완성이라 할 수 있다.

군 개혁을 통해 군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 것처럼 검찰은 권력의 향유자가 아니라, 인권과 법질서의 공정한 수호자로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조직의 특성상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명분과 함께 도덕성이 중요하다.

개혁이 정권의 허물을 덮거나, 임기 후 보복을 막기 위한 포장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막강 검찰을 상대하면서 사소한 빌미로도 역공을 맞을 수 있다. 권력의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이 가용할 수 있는 권한과 정치력을 발휘해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의 합리적 조정 등 검찰제도개선을 묵묵히 추진해 가면 되고, 그것이 답이다.

검찰총장 직무배제에서 느끼는 국민인식은 여권의 오만과 자기모순이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뒤바뀐 여야의 지지율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따라서 여권은 검찰개혁 성공을 위해 '원칙과 정도'를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