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검 갈등’ 사태, 대통령이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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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검 갈등’ 사태, 대통령이 정리해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11.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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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자 평검사와 고검장은 물론 법조계까지 나서 '부당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形局)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추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 총장이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의혹이 있다며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1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돼 온 두 사람의 대립으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젠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역대 검찰총장이 중도에 사퇴한 적은 있지만, 법무부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추 장관은 징계까지 끝내겠다는 입장이고, 윤 총장은 법적으로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정치권이 본격 가세하면서 정기국회와 연말 정국이 시계 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國政調査) 카드를 꺼내들고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결사항전(決死抗戰)을 벼르고 있다. 이런 상태로라면 정국은 연말까지 끝장대치로 치달을 게 뻔해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여(與)와 야(野), 그리고 추(秋)와 윤(尹) 모두 치킨 게임을 하듯 어느 한 쪽도 물러섬이 없이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 형국이다.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우선으로 내세워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이른바 ‘정치극단주의(政治極端主義)’만 존재할 뿐이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추-윤 갈등’은 지난 1월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 시작됐다.

추 장관이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고성과 비아냥이 넘쳐났고, 그 사이 윤 총장은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며 유력한 대선 잠룡들을 따돌리고 1위에까지 등극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문제는 1년 가까이 지속된 이런 볼썽사나운 싸움을 국민들은 앞으로 언제까지 더 지켜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피력한 "이 지긋지긋한 권력투쟁에 우리의 일상은 없다. 매일같이 끼어 죽고, 깔려 죽고, 떨어져 죽어나가는···불안함이 오늘 우리의 고민거리"란 말이 떠오른다.

실제로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직무 집행정지를 명령한 지난 24일엔 경기도 화성과 광주 하남에서 20대 젊은 노동자들이 혼합기에 끼고 파쇄기에 걸려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가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급기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날이어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가뜩이나, 막막해진 생계를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산재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노동계가 요구하는 '전태일 3법'은 처리가 난망(難望)하는가하면, 3차 재난지원금 문제도 지리한 논의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동산 문제 등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국회 문서고에 수두룩하다.

이렇듯 절박한 민생현안이 첩첩산중(疊疊山中)으로 쌓여 있고, 이를 지켜보는 민심(民心)은 타들어 가는데 정작 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내 편 네 편 갈라 싸움을 부추기거나, 정쟁(政爭)의 도구로 삼거나, 또는 수수방관(袖手傍觀)만 할 뿐 아무도 책임지는, 다시 말해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어 더욱 그렇다.

국민의 관심은 법무부와 검찰, 추 장관과 윤 총장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가 전체와 국민이 입게 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래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국민 앞에 나서 사과해야 한다. 설사 법(法)-검(檢)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을 놓쳤다 할지라도 국정파행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민에게 염증과 정치 혐오, 피로감을 쌓이게 한 잘못에 대해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과정을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양해라도 구해야 한다.

그래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나서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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