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겨울 방학 때 4학년 손녀와 유치원 졸업반 손자가 시골에 왔다.
절을 받고 마주 앉아 훈계삼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손자 녀석이 느닷없이
“할아버지, 학교 없애면 안돼요?”한다.
“학교를 없애면 공부는 어떻게 할려고? 내년 봄이면 유치원 졸업하고 초등학교 가야 하는데!”
“공부가 하기 싫어서요. 저는요, 뭐든지 다 잘 알아요.”
허! 이런 맹랑한 놈 봤나. 공부란 게 유치원이 전부가 아니란다. 대학을 나오고도 평생 하는 게 공부야. 그래라. 할아비 보다 똑똑하구나. 나는 그 나이에 학교 없애자는 발상도 못하였으니 네가 대견하구나.
새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우리의 새싹들이 당당하고 우렁차게, 힘찬 발걸음을 내 딛기 갈망한다. 인생은 속임수가 통하는 마술도 아니고, 꾀를 부려 게을러도 안 되더라. 열심히 살아야 한다.
세상을 보는 공부, 시대를 읽는 공부를 하여 올바른 사람으로 커가기 바란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합쳐져 우수한 인재로 커 가거라.
우리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더구나 잘 난체 하며 혼자 가면 안 된다.
서로 서로 품앗이 하며 도와야 한다.
지난 장날, 손자 손을 잡고 여주 장에 나가니 아직은 철이 일러서인지 장사꾼이 손님보다 많다. 그래도 여주의 봄은 성큼 다가서고 있었 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활기 찬 여주의 힘이 발산되고 있었다.
봄이 오는 소리는 우리의 새싹들이 커가는 소리이다.
우리의 새싹들! 사랑 한다. 응원한다. 크게 커라. 힘 내거라. 세계를 이끌어라. 푸른 창공을 나르는 독수리의 기개를 간직 하거라.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 호랑이의 지조를 지켜라.
-우리 손자와 새로 학업을 시작하는 새싹들에게 주는 할아비들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