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옥중서신’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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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옥중서신’ 독이 될 수 있다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03.0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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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이른바 옥중정치로 부각되면서 정치 1번지 여의도가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코로나발병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지역에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것에 대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저의 말 한 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나라 장래가 염려돼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여정은 멈췄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을 보면 가슴이 저려온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는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옥중서신은 미래통합당에 정통성을 부여하며 태극기 세력 등 친박 지지자들을 향해 보수가 단일대오로 총선에 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두 가지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우선 ‘4.15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여전히 여당에 큰 차이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 가지는 보수진영이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신당이 난립할 조짐을 보이며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총선에서 보수가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옥중서신을 통해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인 만큼 지금은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지지층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박 지지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보수의 총선전략에 기여함으로써 정치개입의 명분을 찾고 더 나아가 이번 총선을 탄핵 주도세력에 대한 심판으로 이끌어 자신의 명예회복구명운동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대법관 8명의 전원일치로 탄핵되고, 실정법 위반으로 중형을 선고받아 투옥된 피고인 입장에서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국민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3년 전 보수성향의 국민 다수가 탄핵에 찬성한 것은 진보진영이나, 문재인 정부의 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실정에 분노해서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이 탄핵사태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정부와 집권당의 실책에 기대어 스스로의 잘못을 합리화해 보겠다고 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여당의 잇따른 악재에도 왜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지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개된 옥중서신이, 그리고 옥중 정치가 당장은 보수진영, 특히 통합당에 약이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통합당의 자기 한계를 드러내는 독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번 총선이 문재인박근혜의 대결구도로 이뤄진다면 통합당에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

정치는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것으로 그 어떤 사견(私見)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공명정대한 정책으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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