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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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두 마리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1.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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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고양이 두 마리가 푸른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창문에 서서 바라보니 예쁘고 평화스럽다. 서너 달 전에 여주장날 사온 갈색 수고양이와 검은 암고양이다.

갈색 고양이 등에는 사 올 때 앓던 피부병 자국이 선명하다.

집에 생쥐 한 마리가 돌아다니며 일을 저질러서 고양이를 기르기로 했다. 장날 구경 갔다가 고양이를 보고 그중 낫다고 생각되는 놈을 아무 생각도 없이 산 것이 큰 착오였다.

새끼 두 마리를 사다 며칠 길러 보니 완연한 도둑고양이다. 집에 데리고 와서 풀어 놓았더니 자꾸 산으로 도망 가려해서 우리에 가두어 놓았다. 귀여워서 들여다보면 식식소리를 내면서 조그만 것이 흰 이를 드러내고 무서운 표정을 하며 덤비려 한다. 서너 달이 지난 지금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며칠 동안 먹이를 주고 낯을 익히면 적응이 되어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를 했지만 서너 달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접근하기가 무섭게 숨어 버린다.

손자들이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니까 신이 나서 일부러 서울에서 보러 왔는데도 숨어서 나오지를 않아 헛걸음만 시켰다. 사온 지 얼마동안은 쥐를 잡기는커녕 뒷산으로 도망 갈까봐 우리에 갇혀서 답답하게 지냈다.

고양이가 있어도 쥐는 여전히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약을 올렸다. 한 달이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싶어 문을 열어 놓고 잔디밭에서 놀게도 했는데 사람만 얼씬하면 여전히 숨기에 바쁘다. 전에 기르던 고양이는 사람만 보면 와서 기대고 비비고, 안아달라고 했는데 이 녀석들은 정 반대다.

밥을 주어도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아야 숨어 있다가 나와서 먹는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면 어린 것들이 저럴까 싶은 생각을 하면 측은하다. 장사꾼이 도둑고양이 새끼를 어미 몰래 떼어다 판 것 같다. 목욕을 시켰다면서 젖은 새끼를 숨 쉴 새도 없이 자루에 넣어 주며 가져가라는 바람에 얼결에 돈을 치르고 사왔다.

집에 와서 보니 갈색 고양이는 등에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약을 발라 주려고 손으로 잡았다가 물려서 피가 많이 나와 광견병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아무리 정을 주려해도 얄밉기만 한 고양이다. 그래도 차츰 시간이 지나니 갈색 고양이는 먹이 달라고 야옹 대기도 하고, 사람이 얼씬해도 도망가는 횟수가 줄어드는데 검은 고양이는 여전히 영락없는 도둑고양이 행세다.

두 놈이 심심해서라도 함께 놀 텐데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따로 놀고 있는 것도 도둑고양이 근성인 것 같다. 그래도 먹이가 있는 곳을 알고 있어 그런지 멀리는 도망을 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맴돈다.

요즘은 현관문도 열어 놓고 마음대로 집 안팎을 드나들게 놓아두었다. 어느 비 오는 날 검은 고양이가 나가서 들어오지 않기에 현관문을 밤새 조금 열어 놓았다. 아침에 보니 고양이 목에 피가 묻어 있다. 밖에 나가 돌아다니다 커다란 도둑고양이에게 물린 모양이다. 붙잡아서 매어놓으려 해도 잡히지도 않고 물려고 해서 잡을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도 상도덕은 있다. 돈을 주고받으면서 사고 판 물건도 돈의 가치 만큼에 대한 약속이 내포되어 있다.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장사꾼에게 분노가 인다.

물론 살림을 꾸려 나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믿고 사는 사람을 이렇게 속여도 되는 것인지. 도둑고양이를 잡아 온 것이라고 솔직하게 얘기를 했더라면 사고 안사고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었는데.

장터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니 각처의 장날을 찾아 돌아다닐 것이다. 한두 번 하고 말 장사도 아닌 것을 얕은꾀로 사람을 속이면 긴 안목으로 볼 때 손해가 더 클 것인데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속이고 마음이 편했는지 궁금하다.

고양이 두 마리가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사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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