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학대로 고통 받는 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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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학대로 고통 받는 아동들
  • 오정석·김동엽기자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8.09.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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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아동 학대’ 전국서 가장 많아…처벌 강화에도 사건 급증

| 중앙신문=오정석·김동엽기자 | 평택 어린이집 교사 검찰 송치, 훈육 명분으로 밀치거나 물어
부모들 “걱정·불안…대책 절실”, 유아 수 제한, 처우 개선 시급 

# 2016년 9월 의정부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에게 회초리로 발바닥, 손바닥을 때리고 도구를 손가락에 끼워 조이는 등 괴롭혀 아동학대 및 성희롱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떼를 쓰면서 “‘선생님 화 안 났지’라는 말 등을 혼자서 계속 반복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며 “아이들을 추궁하니 ‘선생님이 회초리로 때리고 도구를 손가락에 끼우고 조여 괴롭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 2018년 7월 김포시에 거주하는 김미영(가명·34)씨는 지난해 쌍둥이 아이 중 언니인 소영이(가명·3)의 팔뚝에 커다란 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계속해서 생기는 아이 팔뚝의 멍을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어린이집 CCTV 녹화장면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CCTV에는 부모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교사들이 테이블을 밀어 아이들을 밀치거나 목뒤를 잡아서 자리에 앉히는 등 신체적 학대로 보일만한 행동들이 담겨 있었다. 결국 김씨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잊을 만 하면 연일 터지는 어린이집 학대로 경기도 내 아동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번에는 평택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을 학대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어린이집 아동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평택에 있는 어린이집 교사 A씨(여)를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 B군의 팔을 물거나 밀치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B군 외에 A씨에게 학대당한 원생이 추가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최근 5년간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아동학대 및 폭행현황’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815건의 아동학대 가운데 195건의 아동학대가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서울(160건)과 인천(144건)을 앞지르는 수치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39)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뉴스를 보면서 아동학대 관련 내용을 접하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일이 생기면 감독기관들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시 송탄동 주민 박민수(42)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4)이 있는데 어린이집 아동들이 학대받는 내용을 접하면 아이가 걱정돼 회사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문제가 없다는 어린이집들에서도 학대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유치원·어린이집 등 영·유아 관련 보육 및 교육시설들의 학대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에 CCTV 설치 의무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지만 아동학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아동폭행의 발생 원인으로 낮은 수준의 처우와 교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아동수가 많음을 지적했다.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보육교사들의 문제도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며 ‘교사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유아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트레스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처우개선과 함께 체계적인 교원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도 최근 언론을 통해 “유치원 및 어린이집 아동들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저출산 시대에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과업과도 직결된다”며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혁명 정책에 맞게 교원 양성과정 지원과 처우개선에도 근원적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가 지난 12일 41만명의 국민이 동의한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강화 국민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답변을 통해 “내년부터는 보육교사들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아동학대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주의·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원장자격 정지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오정석·김동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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