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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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박도금 기자  jasm8@daum.net
  • 승인 2017.03.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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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금(부장)

| 중앙신문=박도금 기자 |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에 눈물을 안겨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기각을 원하던 이들은 ‘슬픔의 눈물’을, 탄핵 인용을 원하던 이들은‘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삼성동 사저로 귀가해 눈물을 흘렸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것은 한편으로 씁쓸한 일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뒷모습은 결국 아쉬움만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헌재의 결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파면된 대통령에게 승복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 모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위해 탄핵 불복을 외치던 3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하나가 먼저 나왔다면 집회나 시위는 차분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비록 불명예 퇴진이라지만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전직 대통령의 귀갓길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의 퇴거를 대하는 국민들 대다수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을 거다.

그가 사저로 돌아가는 장면은 잘잘못을 떠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애처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사이 국민들의 관심은 퇴거 시점에 모아졌다. 그녀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대신 오히려 떠나길 기다리는 꼴이 됐다. 사저 앞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때쯤 사저에 따라 들어갔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의 메시지를 갖고 나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여기에는 청산도, 화합과 통합도 없었다. 철저히 개인에 집중된 입장 발표였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선고에 불복한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취임식에서 ‘100% 대한민국’을 외치며 국민통합을 약속했던 박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치유하기 위한 단 한마디도 아까워 한 그의 모습에 뒷맛이 씁쓸하다.

이제 민간인이 된 그녀에게 화합과 통합의 의지가 없는 것이 무슨 상관이겠냐만, 대한민국의 봄을 만끽하려는 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기 정권이 누가 됐든 국민들은 또 외칠 것이다. 구태를 묵인하지 않겠다고. 그다음 대통령이 다시 겨울을 불러온다면 국민은 봄을 찾기 위해 또 광장으로 뛰쳐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대한민국에 완전한 봄은 오지 않았다.

촛불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불러왔지만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어떤 여자 하나 끌어내리자고 국민들이 추운 땅바닥에 앉았습니까?’라는 울분처럼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내린 구태와 악습과의 결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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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2017-03-18 08:21:50
네네네. 구구절절 맞는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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