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 못받아…하청업체 대표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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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 못받아…하청업체 대표 분신
  • 용인=천진철 기자  cjc7692@joongang.tv
  • 승인 2018.07.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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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녀 둔 ‘50대 가장’ 숨져

| 중앙신문=용인=천진철 기자 | 유족 “집에 돈 못갖다 줘도 직원급여는 꼬박꼬박 챙겨”
경찰, “사건 원인 배경 조사”

용인의 한 공사현장에서 분신해 숨진 50대 하청업체 대표가 6자녀를 둔 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A(51)씨는 4일 오전 6시께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전원주택 단지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건설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 1억3000만 원 가량을 받기 위해서였다.

목재 팔레트를 쌓아 그 위에 올라선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결박한 뒤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는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라고 하자 소장이 현장으로 왔고 A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오전 8시 15분께 결국 몸에 불을 붙였다.

현장소장이 소화기로 가까스로 진화했으나 A씨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현장에서는 A씨가 각각 아내, 가족들, 원청 건설시행사 대표에게 쓴 A4용지 3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건설용 외장재 공사업체 대표로, 딸 셋과 아들 셋 등 6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는 6자녀 한명 한명에게 하고 싶은 말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 유족은 “고인은 비록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 4명과는 함께 살지 못했지만 자주 만나면서 항상 아이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였다”며 “최근에는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서 대출해서 지급해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경찰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임감이 강했다는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집에 돈을 갖다 주진 못해도 직원들 급여는 꼬박꼬박 지급해왔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시행사 대표에게 쓴 유서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꼭 챙겼습니다. 사장님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가 시행사 측과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공사현장 한 관계자는 “미지급금이 1억3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배경에는 뭔가 다른 억울함도 있었던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분신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된 공사대금 갈등 등 배경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천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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