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혹시, 조리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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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혹시, 조리 알아요?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4.03.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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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며칠 전 MZ 세대인 가까운 미래에 주류가 될 친구들과 식당에서 점심 식사 중 돌을 씹었다'' "아이고 요즘 시대에 밥에서 왜 돌이 나오지? 이 식당은 밥 할 때 조리를 사용해야겠는데?" 하고 말하자 MZ 젊은 친구가 의아하게 쳐다본다. 그래서 혹시, 조리 알아요? 하고 질문을 했다. 젊은 친구는 "아뇨 모릅니다" 짧게 대답한다.

그래서 조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옛날에는 쌀 속에 돌이 많이 석여 있어 밥을 할 때는 쌀을 씻어 내면서 돌을 고르기 위해 조리를 돌려서 쌀과 돌을 구분하는 도구다. 조리는 대부분 집집마다 한 개씩은 다 있는 필수 주방 용구라고 말했다. 말하는 도중에 MZ 친구에게서 별 쓸데없는 얘기를 하네? 와 같은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다. 괜한 얘기였나 보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얘기를 하다 생각해 보니 이 단어는 참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는 국자 모양으로 가느다란 싸리나무 등으로 결여 만든 주방 기구다. 사용 방법으로는 쌀을 물속에 담근 뒤 일정한 방향으로 돌리면 쌀알이 떠오르면서 조리 안에 담기고, 무거운 돌을 밑으로 가라앉게 한다. 그래서 쌀과 돌을 분리하게 되는데, 옛날에는 쌀밥을 하는데 돌을 잘 골라야만 식사를 할 때 돌을 안 씹고 건강한 이빨을 잘 보존할 수가 있었다. 옛사람들의 이런 것들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주방기구 조리는 현대에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불필요 한 기구가 됐다. 지금은 기계화된 정미소에서 돌이라는 원석을 기가 막히게 구분하여 걸러 낸다. 그래서 요즘 주방 용구인 조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옛사람들은 자기 집에 복이 들기를 기원하여 쌍 조리에 한 두 개의 엽전을 담아 대청이나 안방 머리에 걸어놓았다. 이는 복과 나뿐 기운을 조리로 구분하여 좋은 것만을 담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복조리라고 불렀는데, 정월 대보름이면 상인들은 붉은 실로 묶은 복조리를 팔았고, 사는 쪽에서는 값을 깎지도 거부도 하지 않았다. 1년 내내 복조리를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다. 이제는 복조리를 파는 풍습도 거의 사라졌고 집에서 조리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조리돌림이라는 말이 있다. 조리돌림은 사회 규범에 어긋난 죄인을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공개해 심리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벌이다. 심리적 압박을 가해 같은 범죄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해지는 일종의 사회적 규범으로 망신주기였다. 같이 식사를 한 젊은 친구와 또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얘기한 내가 조리 있게 말하지도 않은 듯해서 멋쩍었다. 그냥 맨밥에 숟가락질만 했다. 다시 돌이 씹히면 식당 주인에게 성질이나 피우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돌은 더 이상 안 씹혔다.

그리고 이제는 MZ 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AI의 시대가 오고 있다. 조리라는 주방 기구를 모르는 MZ 세대. 과거에 조리를 사용하며 쌀을 골라냈던 시대와 로봇이 음식을 조리하는 시대 가 서로 융화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세대는 그들이 말하는 꼰대들일까? 소프트웨어적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MZ 세대가 부러우면서도 장유유서와 인간미가 사라지는 지금의 현실. AI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가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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