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두 사람의 면도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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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두 사람의 면도 평행이론’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4.01.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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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얼마 전 선배와 점심 약속을 하고는 약속 장소로 나갔다. 나는 수염이 많이 자라지 않아 얼굴 면도를 3-4일에 한번 정도 하는 편이다. 특별한 날 또는 깔끔하게 보여야 할 때나 슈트를 입을 때에만 면도를 하게 된다. 그래서 3-4일 만에 면도를 한다고 딸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몇 가닥 안 나온 수염이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딸 입장에선 싫은 것이다. 코밑에만 면도를 하고는 딸아이 앞에 나섰다가 아빠! 뭐냐? 코밑에만 면도를 하고 왜? 턱 쪽에는 면도를 안 한 거지?” 하고는 턱에 있는 몇 안 되는 수염을 도 소릴 한다.

아빠가 남들 앞에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을 싫어하니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무든 면도하는 것은 평소에 귀찮은 일 중 하나다. 몇 가닥 없는 수염에 정성 들여 면도하는 것은 정말 싫다. 턱 밑 수염의 숫자를 쉰다고 해도 쉴 수가 있을 정도니 내가 봐도 참 매력이 없고 볼품없다. 자고로 남자는 수염도 더부룩하게 나야 매력이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게 나의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남자는 수염이 더부룩해야 남성미가 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갈 때쯤 면도를 할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오랜만에 선배가 점심이나 먹자고 하는데 깔끔하게 보이려고 일회용 면도기를 사용해 면도를 했다. 일회용이라 하지만 수차례 이상은 사용한다. 가끔 하는 면도라서일까? 면도를 하다가 베여 피가 나온다. 면도할 때는 몰랐는데 피가 나오는 것을 봐서는 베인듯하다. 참으로 내가 생각해도 무딘 편이다. 나도 모르게 하는 웃음이 나온다. 면도하다 베이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라, 그때마다 서투른 실력에 헛웃음이 나오곤 한다. 면도를 끝내고는 스킨로션을 바르고는 선배랑 약속한 점심 장소로 나갔다.

순댓국집에서 만난 선배는 웃으면서 나를 반겼다. 식탁에 앉아 선배께 인사를 하고는 얼굴을 바라보는데 나와 같은 코밑에 상처가 보였다. “? 선배님 면도하다 베이셨군요?” 그러자 선배도 멋쩍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던 선배가 내 얼굴을 보더니 ? 자네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멋쩍게 웃었다. 식탁에서 면도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선배님 저는 면도날 6개짜리로 해요그러자 선배는 나도 면도날 6개짜리로 하는데 베였다며, 두 사람은 베이는 데는 면도날이 중요하지 않은 듯 웃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두 사람은 면도하는 성격이 비슷하여 베인 듯하다. 나는 면도할 때 급하게 빡빡한다. 그래서 가끔 베인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가 나는 것은 운전 습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사고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면도 또한 급하게 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잘 베이게 되는 것 같다. 서로의 성격이 급한 이유는 맞을 듯싶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면도할 때 천천히 하도록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수십 년을 해온 면도 인데 베이면 정말 창피하다.

면도에 대한 이야기로 평행 이론을 말하려니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평행이론은 수학적으로는 두 선이 만나지를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두 선을 긋는 평행 이론에서는 결국은 두 선은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 유명한 예로는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과거의 어딘가에서부터 지금의 서로 모르는 상태로 얼굴을 대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와 그 선배는 과거에 어느 시점에서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면도하다 베인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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