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객의 차로 보복운전 한다는 대리기사가 실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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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객의 차로 보복운전 한다는 대리기사가 실존할까?
  • 김상현 기자  sanghyeon6124@naver.com
  • 승인 2023.12.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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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기자
김상현 기자

|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 업무상 취재원들과의 술자리가 잦다. 그래서 대리운전을 자주 이용한다. T맵의 경우 평소 자신의 차량 GPS를 토대로 운전점수를 보여주는데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할 경우 내 T맵 점수가 대체로 올라간다. 한마디로 나보다 조심히 운전한다는 뜻이다.

수도권지역 기자 출신인 이경 더불어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이 최근 대리기사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언들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기자는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누구보다 수사기관과 법원을 지근거리에서 감시하고 속사정을 파악하기 때문에 섣불리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열심히 취재해 본 바 대체로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긍정하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을 비판할 수 있는 특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사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전 부대변인의 주장대로 수사기관과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 전 부대변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사기관과 법원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정황을 찾아내 특종을 보도해야 할까? 하지만 판결문과 이 전 부대변인의 발언들을 보면 갸우뚱한다.

이 전 부대변인은 2년 전 서울시내에서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1심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부대변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부터 측근이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상민(5)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해 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대변인은 202111월 오후 10시께 서울 영등포구의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시민 A씨가 운전하는 차량 앞으로 끼어들기를 했는데 이에 A씨가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면서 반발했다.

그러자 이 전 부대변인은 A씨의 차량 앞에서 수차례 급제동하고 A씨가 차선을 바꾸자 다시 끼어들기를 시도하면서 위협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기소돼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대변인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사가 적법절차를 거친 수사기관의 자료와 이 전 부대변인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유죄라고 판시한 것이다.

특히 이 전 부대변인이 대리기사의 연락처나 블랙박스 영상 등 자신에게 유리할 만한 증거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점, 운전이 직업인 대리운전기사가 고객의 차량으로 보복운전했다는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죄 판결이 알려지자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지난 20일 당규에 따라 이 전 부대변인의 총선 후보자 적격 신청에 대해 부적격의결했다. 이런 와중에 이 전 부대변인은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한 것이 맞다. 10시에 여성 운전자가 무서운데 누구인지 알고 보복운전을 하겠느냐면서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항소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민들이 이러한 이 전 부대변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1심 판사의 판결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대리기사가 손님 차량으로 보복운전을 하는 경우를 겪지도 못했을뿐더러 듣지도 못했다. 과연 가능한 걸까?

대리운전 시스템은 수년 전 이미 업계 전반에 촘촘하게 투명화 돼 있다. 고객이 자신의 문자메시지나 앱만 확인해도 대리운전기사를 부른 내역, 대리운전기사 이름과 이동거리 등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전 부대변인은 대리운전기사의 연락처도 모르고 심지어 블랙박스 영상도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인데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유죄로 몰아넣은 꼴이다.

이 전 부대변인은 2년 전의 대리운전업체와 대리운전기사를 마땅히 찾아내야 하는 노력에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은 수사기관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 A씨에 대한 이 사건 피해자 진술, 블랙박스영상도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21일 이종배(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경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리기사가 고객의 차량으로 보복운전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피고발인 이경의 거짓말은 밤낮으로 고생하는 전국 대리운전기사들의 인격을 모독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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