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사진기 그리고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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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사진기 그리고 스마트폰’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10.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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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한 때는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삼아 동호회를 따라 출사를 다니며 나름 행복을 즐겼다. 주로 감성 사진을 찍는 중급 사진기는 해상도가 좋은 전문 사진기와는 사진을 찍는 접근 면에서 다르며 구도에 따라 주로 감성에 호소하게 된다.

그렇게 이용하다가 감성 사진 작품에 대한 한계에 부딪쳐 고가의 카메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전문성보다는 취미로 삼아 감성을 호소하던 나는 고가의 장비 구입은 경제적인 부담이 됐다. 사진으로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자연적으로 사진기는 손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동호회 생활이 소원해지면서 창고의 박스 속에 밀어 넣었다. 그러다 올해 가을 다시 먼지 낀 사진기 장비를 꺼내 들며, 다시 예전의 사진사들처럼 사진을 찍어댔다.

나는 사진기 4종류(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dslr 케논, 삼성, 펜탁스 필카, 렌즈)를 가지고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이곳저곳 풍경을 담으며 손주들 인물 사진도 찍어 봤다. 하지만 복잡한 사진기의 이 기능 저 기능 전부 활용해 사진을 찍었지만, 내가 느낀 결론은 스마트폰 감성보다는 못했다. 스마트폰이 색감과 편리성이 훨씬 뛰어났고, 특히 색감이 좋았다. 결국 내 사진기에서 얻는 사진은 인물 사진과 접사로 찍은 사진 몇 장뿐이었다.

손에 들고 다니기 편리한 스마트 폰 그리고 포켓에서 꺼내 찍을 때의 편리함, 바로 송출이 가능한 SNS의 작업성 등이 무엇보다도 좋았다그래서 요즘 사진기를 이용해 찍는 사진들은 스마트 폰보다도 못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스마트 폰의 기능은 사진기들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기능 보다 셔터만 누르면 알아서 모두 맞춰 주고 작가처럼 사진이 찍힌다. 복잡한 사진기의 위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다.

20여 년을 넘게 몸에 익었던 나의 애장품인 사진기가 스마트 폰으로 인하여 손절시키려 하니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복잡한 DSLR의 조리개와 셔터 속도 등 복잡한 기능은 스마트 폰으로 인하여 변하고 있다. 그것을 부정해왔던, 나 자신에 대한 사고(思考)의 부족함이 불편해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디지털의 여러 기능을 접목시키고 있다. AI의 등장이다.

그만큼 세상의 변화에 대하여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AI가 나타나기 전에 노인들의 지혜를 보고 배웠다. 하지만 AI가 만들어 내는 모든 데이터는, 노인의 지혜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20년 넘게 함께 해온 나의 애장품의 손절에 대한 생각이 불편한 것은, 아마도 나이 먹은 우리 세대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미래 세상에 대한 우려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에 대한 미래의 시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이다. 그냥 흔히들 하는 말로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으니 말이다. 세대가 어떻게 변하든 그냥 살면 그뿐이다. 그러나 생각에 생각을 더 해보면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세상을 걱정하는 누군가가 나서 AI의 활성을 막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은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로봇 기계가 만들어 주는 커피들을 마시기도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계로 만든 커피를 마시며, 커피 맛 좋다는 이용자들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함께 사는 세상을 주장해 왔던 문화가 이제는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외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느 영화 대사처럼 "너 나 잘하세요" 이 말이 내게 무섭게 다가오는 듯했다. 인간이 만든 스마트 세상이 결국 미래의 영화처럼 인류를 멸망에 빠트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참 동안 기계를 쳐다봤다. 어지러웠다. 앞으로 사람이 설 자리가 어디 일까?

처음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속도로에 하이패스가 생기며, 계산대에 사람을 줄였다. 그리고 무인 카드결제 기계가 등장했다. 노조의 대항으로 사람을 자르지는 못하고 있으나 사람을 더 이상 뽑지를 않는 듯하다. 은행 시스템이 독점을 하는 것이다. 점점 인간이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20년을 넘게 고집하면서 나름 즐겼던 4종류의 사진기가 스마트폰 하나에 손절을 결심을 해야 하나 생각하게 된 지금 스마트 세상이 두려워진다. AI와 바둑을 두었던 이창호 9단이 이기길 간절히 바랐던 그때, 스마트 폰을 집어던졌어야 했다.

하지만 걱정을 접어두기로 했다. AI 세상이 되어도 나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사진기를 붙잡고 복잡한 조리개 기능과 셔터 속도에 대한 감성 사진을 찍어 볼 생각이다. 스마트 폰의 편리성에 빠져 내가 느끼는 감성 사진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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