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떡국의 농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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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떡국의 농간'
  • 김종대 기자  news3871@naver.com
  • 승인 2023.10.2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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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 중앙신문=김종대 기자 | 나이 들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자신의 체력이 떨어져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연천의 유명 관광지 재인폭포를 찾았다. 폭포를 가까이 보기 위해 재인폭포로 내려가던 중 80대 중반쯤 돼 보이는 한 여성 어르신이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어르신은 폭포 구경을 마치고 다시 계단으로 올라오시면서 "다리가 이렇게 아픈 걸 보면, 지금껏 먹은 '떡국의 농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우스게 소리를 하셨다. 함께하는 일행과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으시며 계단을 오르고 계셨다.

진짜 우리가 명절에 꼭 챙겨 먹던 '떡국의 무슨 농간이 있었던 걸까?' '떡국의 농간?' 아무리 떡국의 잘못을 하나하나 천천히 따져 봐도,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옛날부터 먹었던 떡국이 뭐가 잘못된 걸까? 굳이 트집을 잡아본다면, '흰쌀보다는 잡곡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과, '흰쌀이 탄수화물'이라는 것 뭐 내가 아는 건 그 정도였다. 떡국의 큰 잘못은 없었다.

한참 생각 후 그 어르신의 말씀은 '슬픈 일이지만, 나이 들면 누구나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얘기였다. 계단을 오르면서 힘든 시간을 연륜에서 생겨나는 농담으로 받아넘기신 것. 어찌 보면 상당히 재치 있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일할 때 힘들어서 부르던 '노랫가락' 정도로 해석됐다. 맞다. 그 어르신은 계단을 오르며 생긴 힘듦을 농담으로 그렇게 즐기고 계셨다.

어떤 이는 '늙는 게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이다. 나이 듦에 있어 힘듦이 있을 때마다, 이 어르신처럼 받아넘기고, 때로는 농담으로 넘기고 일행들과 함께하며 깔깔대는 이런 노년이야 말로 다가온 슬픔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역시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재인폭포에서 만난 이 멋진 여성 어르신처럼 생활한다면 노년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가수 최백호 씨의 노래에선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란 가삿말이 담긴 노래가 있다. 무슨 뜻일까? "내 곁을 떠나가는 사람에 대한 애절함"을 이야기한 듯하다. 무슨 뜻인지 이 글을 쓰는 나도 나이 지긋이 더 들면 잘 알게 될 것이다.

관광지에서 들려오는 그 어르신의 말씀 한 마디 덕에 '연륜''재치' '앞으로의 나의 노후는 어떨까'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떠 올리며, 이런저런 재미있는 유익한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열심히 살아오신 대한민국 모든 이들의 노년이 더 행복하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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