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 ‘0.01초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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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 ‘0.01초의 운명’
  • 김상현 기자  sanghyeon6124@naver.com
  • 승인 2023.10.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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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기자
김상현 기자

|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스포츠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한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다.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남자 3000m 계주 경기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정철원의 ‘만세 세레머니’가 바로 그것이다.

롤러 국가대표인 그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 바로 코앞에서 돌연 숙였던 허리를 꼿꼿이 펴고는 두 손을 들어 가슴에 먼저 얹은 후 이어서 만세를 했다. 깔끔하게 이어진 3단계 구분 동작으로, 이 장면을 연출하려면 다소 생각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만세를 펼칠 때 결승선을 통과한 것도 아니고, 압도적으로 격차를 벌려 놓은 것도 아닌데 그는 멋진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었던가 보다.

하지만 섣부른 그의 만세는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정철원 뿐만 아니다. 동료인 최인호 선수의 병역특례까지 허무하게 놓쳐버렸다. 정철원의 바로 뒤에서 사력을 다해 쫓던 대만 선수가 정철원이 만세를 하는 사이 발을 뻗어 결승선에 먼저 통과한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나라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직후 태극기를 들고 세레머니를 했지만 공식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결과는 대만 선수들의 승리였다. 한국의 최종 기록은 4분5초702, 1위 대만(4분5초692)과 0.01초 불과 차이였다. 간발의 차이.

정철원이 만세를 펼치느라 메달 색이 은으로 바뀌었다. 병역특례는 금메달에게만 주어지는데 정철원과 최인호는 군복무를 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 년, 혹은 수십 년 간을 매일 같이 매순간을 훈련해왔을 것이지만 0.01초 찰나의 순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선수들의 운명이 바뀌었다. 한 명 뿐 아니라 팀 전체 선수들의 인생이 바뀌었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포기해서는 안 되고 함부로 자만하거나 교만하다가는 큰코다친다. 이러한 무수한 격언들이 제대로 들어맞는 명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촌각을 다투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 장면은 널리, 길이길이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 그러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구회말 투아웃, 칠전팔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자만하지 말며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래서 값진 것이다. 또한 항상성을 유지하고 겸손하고 경각심을 갖는 자세도 중요하다.

비록 롤러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이어지겠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잘 이겨내고 더 멋진 선수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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