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낙엽 떨어지는 내 집 앞거리, '빗자루 한번 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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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낙엽 떨어지는 내 집 앞거리, '빗자루 한번 들어 볼까?'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09.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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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이 왔다. 상가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어느 상가에서 가수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1983년 이후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라서 귀에 익는다. 고 박춘석 작사·작곡, 패티 김 노래로 1983년 여름 발표됐다. 이곡의 느낌은 60, 70년대의 가요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곡이 발표 됐을 무렵 신곡 이면서 10년쯤 지난 곡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현재의 60, 70세의 사람들 중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당시 상가 레코드점에서는 가을이 되면 80년대를 풍미했던 패티 김의 노랫소리가 들려 나왔고, 중년의 남자들은 가을 색 짖은 바바리코트의 깃을 올리며 낙엽이 떨어지는 거리의 가을 낭만을 즐겼으며, 남자들은 이를 ''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남성의 계절인 가을 속으로 흠뻑 빠지곤 했다. 하지만 음원 시대가 바뀌면서 길거리 레코드 상점이 사라진 지금은 그러한 낭만과 멋이 함께 사라졌다. 이제는 추억만 남아 있고 60-70대 들의 그리움일 뿐이다. 또한 시대가 바뀐 것은 거리의 음원 변화뿐 아니다.

지금의 MZ 세대는 1980년대 문화를 잘 모른다. 그들은 디지털 문화 세대들이다. 손바닥만 한 디지털 기기들이 세상에 변화를 주고 있다. 디지털 게임 문화가 놀이 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들은 21세기의 MZ 세대에 문화적 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를 살던 아날로그 60-70세의 세대는 이제는 저물어 가고 있다. 그래서 아날로그 세대의 낡고, 색 바랜 바바리코트가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돌아 또 온다. 그러나 그 유행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면 기약이 없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60-70 세대가 추억을 살리려는 노력을 한다면 그래도 낭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이 짖어가는 낙엽이 떨어질 때 내 집 앞에서 '빗자루를 한번 들어 보자' 낙엽을 쓸며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의 음원도 함께 들어 보자. 아날로그 '신 낭만주의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옛 것을 재현하듯 디지털 문화인들인 젊은 친구들에게 '지난 시절 우리 낭만'을 보여 주자. 이 또한 MZ 세대에게 옛사람들이 주는 '낭만' 선물 아닐까?

1983년 전인 약 40년 전 20-30대 우리는 낙엽이 떨어지는 가로수 길에서 옷깃을 세웠으며, 그때에 빗자루를 들고거리의 낙엽을 쓸던 우리 부모님 시대 어르신들은 이제는 대부분 돌아가셨다. 지금의 그때 20-30대가 60-70세 나이가 되었으니 당시 부모님들이 살아 계시다면 100세의 나이다. 이제 바람에 날려가는 낙엽을 쓸기 위하여 빗자루를 들고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낭만도, 시민 의식도 사라졌다. 다만 그러한 직업을 가진 자만이 고된 빗자루 질을 하고 있다.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시계 초침에 활시위 한번 당겼을 찰나의 시간이 지난 듯한데, 아득히 먼 옛날이다. 그러니 다시는 못 올 시간 '빗자루 한번 들어' 내 집 앞에 낙엽을 쓸어 보는 시간도 신이 우리에게 주는 옛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적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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