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나를 위한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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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나를 위한 마음가짐'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09.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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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초등학교 시절 6학년 때의 일이다. 배구 선수 생활을 했던 나는 당시 덩치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금 컸다. 그래서 배구 선생님이 추천해 전체 반장 선출에 나가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키도 적당히 컸고 이미지가 남들에 비해 좀 좋았었던 것 같다. 소리를 지를 때 조금 우렁차기도 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배구 선생님이 추천을 한 것이라서 도망도 못 가고 꼼짝없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합(競合)을 하게 됐다.

각 반에서 추천돼 온 학생들 여러 명을 두고 예행연습을 시켜 경합을 벌인 것이다. 내용은 간단했고, 목소리와 자세가 부족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됐다. 그리고 2명만 남게 됐다. 최종적으로 2명이 경합을 벌이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같은 반 반장인 친한 친구와 내가 경합을 벌이게 됐다.

나는 그 친구와 경쟁을 하기 싫어 그 친구가 목소리를 내면 친구보다 조금 적게 목소리를 냈다. 최종적으로 그 친구가 전체 반장을 하게 됐다. 축하해 줬다. 잘 됐다고 나 또한 좋아했다. 하지만 나를 추천했던 선생님에게 야단만 호되게 먹었다. 선생님은 알았던 것이다. 모든 심사를 배구 선생 본인이 했으니 평소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느끼신 것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나는 당시에 그 선생님을 무척이나 어렵게 생각했었다. 정말이다. 선생님 그림자도 조심스럽게 스치고 걸었다.

그 후 그 친구는 전체 학생 조회가 있을 때마다 운동장에 13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전체 학생을 호령하는 위엄을 보였다. "전체 차렷", "교장 선생님께 인사", "열중쉬어", "해산" 등 호령하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부러웠다. 내가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스러운 생각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보며 "저 자리는 저 친구가 더 어울린다"며 자신을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전체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 그 능력은 누구나 있는 능력은 아니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다. 하지만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항상 빛을 발휘하게 된다. 무엇을 해도 책임감과 그리고 자신감이 남들보다 우월하다.

직업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렇지 않게 보아왔던 것들이 직업에 연관되어 있을 경우, 그 직업에 맞춰져서 보이게 된다. 그래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항상 주변 상황에 따라 적응한다. 즉 사람의 능력은 자리에 따라 리더십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6학년 어린 시절에 내가 전체 반장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화돼 있을까? 나를 추천했던 그 선생님은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추천했던 것일까? 나이가 먹은 지금에야 궁금증이 생긴다. 나는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에, 무엇하나 타인보다 특출 나는 게 없다. 그리고 스스로 그렇게 평가하며 지냈다. 그것은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은 질문을 한 뒤 "알고 있는 사람?" 하면 학생들은 일제히 손을 들고 "저요, 저요"했다. 나는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소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스스로를 PR 하고 사는 시대다. 자신을 상품화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자신의 소양과 능력이 타인보다 월등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천고마비 계절이 왔다. 자기 소양과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독서(讀書)와 인내(忍耐)가 매우 중요하다. 책의 제목만 보아도 머릿속에는 남는 것이 생기니 근처에 있는 책방이나 도서관을 찾아 책이나 한 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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